크라바트

오토프리트 프로이슬러

by 곡도
SE-4d5215cf-49af-407b-af39-65469f7b2593.jpg


[ 크라바트 ] 오토프리트 프로이슬러




우리들의 어린 날은 옛날이야기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도, 순수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만큼이나, 아니, 훨씬 더, 혼탁하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은 변덕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냉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은 광폭했을 것이다. 그러다 돌연 좋은 일도 일어나고, 그러다 더 나쁜 일도 일어나고, 모든 것이 기이한 마법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다 우리는 마법의 주문을 하나하나 외워가듯이 세상을, 사람들을, 나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고, 여전히 모든 게 모순투성이에 난해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익숙해져서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잊고 있던 내 오래된 어린 날을 떠올리게 했을까? 아니면 모른 척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했을까? 마법의 탈을 쓰고 형태를 갖춘 결핍과 슬픔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이 물레방앗간에 대한 꿈을 여러 번 꾸었다. 그 물레방앗간에서 도망치기 위해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 복도를 허둥지둥 뛰어다녔다. 그것은 공포라기보다는 어리둥절함이었다. '왜'냐고 물어볼 수도 없을 정도로 철저한 무력감. 그리고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현존하는 신비. 경외심으로 인해 꿈속에서도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그런데 과연 그 꿈속의 나는 누구였을까?

나는 크라바트가 꾸었던 친구에 대한 예지몽을 가끔 떠올린다. 크라바트는 꿈속에서 바로 미래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친구는 그 물방앗간을 벗어나려 했지만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그들을 이어준 건 '슬픔'이었을까. 모든 신비 중에서 - 심지어 죽음보다도 - 가장 통렬한 신비. 결국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그 신비와 홀로 대면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날, 어느 좋은 날, 장난처럼 함께 웃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