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컴퓨터실은 방이라기보다는 가늠할 수 없이 거대한 공간이었다. 벽도 천정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는데 어디선가 비치는 빛에 의해 온통 하얗게 밝아 보였다. 만약 보통 사람이라면 그 드넓은 곳에서 중앙 컴퓨터를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그 방 전체가 바로 중앙 컴퓨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앙 컴퓨터실이란 실은 중앙 컴퓨터 내부의 빈 공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앙 컴퓨터실로 들어간 어린왕자는 중앙 컴퓨터에게 여러 번에 걸쳐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연구소 내부의 일부 정보에만 간신히 접근할 수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는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험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린왕자가 이제껏 연구실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각각의 실험에서 유일한 실험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그 실험의 양상과 성공 여부가 온전히 자신에게 달린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그 점을 자랑스러워했고 자신의 가치를 거기서 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장기 농장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3451명, 초능력자를 만드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8679명, 약물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임산부가 1835명, 잠을 자지 않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15298명, 무성이 되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11147명, 컴퓨터에 자아를 업로드 하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5386명이나 되었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안다면 그들은 모두 크게 실망하고 말 것이다. 그럼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실험을 그만 포기해 버리고 말까? 아니면 더 희귀하고 혹독한 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앞 다투어 달려 나갈까.
어린왕자는 자신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았다. 어린왕자의 파일 이름은 [어린왕자]라고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보안이 너무 철저해서 어린왕자조차도 접근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정보를 자신이 볼 수 없다니, 어린왕자는 너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부당한 것 같기도 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