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정권이 계속되고 폭정이 날로 심해져 사회가 피폐해지자 사람들은 하나 둘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급기야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불행]이라고 커다랗게 쓰인 피켓과 현수막을 흔들며 외쳤다.
[우리는 불행하다. 불행하다. 불행하다.]
어느새 [불행]은 정치적인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일명 '불행 시위'가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독재자는 급히 관료 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어도 도무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한 말단 관료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불행하기 때문에 '불행'이라고 말한다기보다는 '불행'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정말 불행해지죠. 그러니까 이 단어를 바꾸어버리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불행복'으로 말입니다.]
['불행복'? 하지만 어차피 '불행'과 같은 뜻이잖소.]
독재자가 점잖게 지적했다.
[결코 같지 않을 겁니다.]
관료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독재자는 미심쩍었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으므로 관리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얼마 안 있어 정부는 [불행]이라는 단어를 [불행복]이라는 단어로 '더 정확하게' 수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모든 사전과 서적에서 [불행]이라는 단어를 [불행복]으로 고치도록 명령했다. 얼마 안 있어 시위대들도 자신들의 표어를 바꾸어야 했다.
[우리는 불행복하다. 불행복하다. 불행복하다.]
그러자 그들은 어쩐지 전처럼 불행한 것 같지가 않았고, 모든 기준이 불분명해지고, 세상만사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의심스러워져서 자신들이 경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중에는 심지어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마저 생겨났다. 얼마 안 있어 시위대는 흐지부지 해체되고 말았다.
참고로 말하자면 말단 관리는 파격적으로 부총리로 승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