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을 죽였나요?"
질문을 하면서 검찰은 커다란 플라스틱 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켰다. 마치 자신의 질문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범인은 검찰의 행동을 따라 하듯이 자신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들이켜고는 입을 쩝쩝거렸다. 입에 잘 맞지 않는 눈치였다.
"제가 생각할 때는 말이죠." 검찰이 말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거든요. 결심을 하고, 목표를 선택하고, 쫓고, 죽이고, 시체 처리까지, 세상에, 게으른 사람은 설사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얼마나 많은 노동과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한가 말입니다. 그런데 38명이나 죽이다니, 대단합니다. 진심이에요. 어쨌거나 무언가를 그토록 열심히 한다는 건 존중받을 만한 일이죠. 전 그 열정의 동기가 궁금합니다. "
검찰은 다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쭈욱 마셨지만 눈은 선뜩하게 빛났다.
"글쎄요." 살인마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는 사람이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이죠." 검찰이 대꾸했다.
"아니요. 우리는 언제나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려요. 사람들이 과거와 미래가 있는 정말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걸 말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마치 바위나, 냉장고나, 산이나, 전봇대나, 건물이나, 자동차나, 풍경이나 뭐 그런, 말하자면 절대적이고 완전한 배경이나 사물, 조건처럼 느끼고 있어요. 비디오 게임을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그 거리의 무신경하고 무감각한 불멸의 인물들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마치 여자나 남자 아이나 노인처럼 행동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쇼핑을 하거나 뛰거나 소리치거나 도망치지만 실은 소통할 수도 침범할 수도 없는 절대적이고 완전한 존재들이 아닙니까. 마치 신처럼 말이죠. '신'이란 결국 '타인'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사람이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지요."
"아, 휴머니스트군요." 검사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들어있는 얼음을 씹으며 말했다.
"난 그저 보통 사람들보다 인간성에 대해 더 예민한 것뿐입니다." 살인마가 겸손하게 말했다.
"그럼 누구보다 잘 이해하시겠군요." 검사가 파일을 덮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을 사형에 처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입니다. 38명을 잔인하게 죽인 당신이 정말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우리가 잊지 않기 위해서죠."
그리고 검사는 빈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취조실을 천천히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