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by 곡도





늦은 밤, 나는 산책이라도 할 겸 한강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그런데 다리 한가운데쯤에 한 여자가 난간 바깥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까마득한 발아래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여자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이봐요. 그런 짓 하지 말아요.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세요. 당신의 생명은 소중해요."

그러자 여자는 나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지금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군요. 내가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이 누구든지 간에 누구나 살아갈 자격이 있는 거예요.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 보세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누구나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나 같은 사람도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나는 이제까지 6명을 죽였어요. 독살했죠. 모두 내 주변 사람들이었어요. 특별히 죽여야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내가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를 얕보는 그들을 보는 게 즐거웠어요. 왜 죽는지도 모르고 생을 마감하는 그들을 곁에서 진심으로 위로하는 일에는 일종의 권능이 있죠. 그들은 나를 천사라고 불렀지만 나에게는 천사도 악마도 그저 어린애일 뿐이에요. 살인을 할 때에야 비로소 내가 어른이며 완전하다는 느낌이 들지요. 나는 도저히 살인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살아있는 한은 계속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오늘 문득 이런 제 자신이 지긋지긋해지고 내 끝없는 삶이 너무 끔찍해져서 그만 끝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겁니다. 하지만 막상 죽으려고 하니 망설여지네요."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래서 당신에게 선택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지금 당신이 나를 구해준다면 나는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지도 몰라요. 다시는 살인 같은 건 하지 않고 평범하고 겸손하게 살아갈지도 모르죠. 하지만 어쩌면 나는 또 힘을 내서 또 다른 6명의 사람들을 죽여나갈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죠.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제 당신에게 달려있어요."

여자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여자에게 손을 뻗는 와중에도 그녀를 잡을지 밀어버릴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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