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임종의 순간이 왔다. 정말 올 거라고는 믿지 않았었는데 정말 오고야 말았다. 80년 넘게 살았으니 살만큼 산 셈이지만 고작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면 서러워진다. 내 옆에는 장성한 내 아이가 내 임종을 지키고 있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최선을 다했지만 엄마의 마음이란 늘 미안한 법이다. 더구나 자식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내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엄마가 미안했다.]
나는 감정이 북받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잠시 잠자코 있더니 입을 열었다.
[다 지난 일인데요.]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이런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니었다. 엄마가 미안할 건 아무것도 없다거나, 엄마는 너무나 좋은 엄마였다거나, 오히려 엄마에게 잘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거나 따위의 대답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유감을 넘어 원망에 가까웠다. 도대체 아이는 무슨 일에 대해 말하는 걸까? 내가 뭘 어쨌다는 걸까? 나는 짚이는 게 없었다. 갑자기 그동안의 내 인생 전체가 미심쩍고 의심스러워졌다. 내 아이가 낯선 타인 같았다. 아니, 나 자신이 낯선 타인 같았다. 나는 아이에게 무슨 얘기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내가 누구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나는 깊은 어둠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