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이성복
나의 삶은, 문이란 문은 다 열린 집.
흐르는 깊은, 깊은 물. 다이빙과 솟구침. 물
거품. 나의 삶은 낯선 가족들과의 소풍.
가족들, 열심히 짖지만 왜 짖는지 모르는 짐승들.
가라앉으며, 서서히 가라앉으며, 웃는 나의 삶은
녹슨 칼. 무디고 무딘 칼, 나를 찌르지 못하고. 나의 삶은
비오는 허구한 날, 머리채 꼬나 잡고
이년저년 싸우는 술집 작부들.
나의 삶은. 얼어붙은 손가락, 일찍 집 나와 떠도는
아이의 손가락 하나 녹여 줄 리 없고. 나의 삶은 버스
안에서 고함지르던 실성한 사내. 사내의 헛소리. 그래도
나의 삶은 풀밭. 끝없는 풀밭을 걷는 여자처럼 예쁘고.
* 좋아하는 시를 댓글로 소개해 주시면 소중하게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