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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pr 08. 2021

서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서시(序詩) 


                                   라이너 마리아 릴케 





네가 누구라도, 저녁이면 


네 눈에 익은 것들로 들어찬 방에서 나와보라; 


먼 곳을 배경으로 너의 집은 마지막 집인 듯 고즈넉하다: 


네가 누구라도. 


지칠대로 지쳐, 닳고닳은 문지방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너의 두 눈으로 


아주 천천히 너는 한 그루 검은 나무를 일으켜 


하늘에 세운다: 쭉 뻗은 고독한 모습, 그리하여 


너는 세계 하나를 만들었으니, 그 세계는 크고, 


침묵 속에서도 익어가는 한 마디 말과 같다. 


그리고 네 의지가 그 세계의 뜻을 알게되면, 


너의 두 눈은 그 세계를 가만히 풀어준다. . . . 







* 좋아하는 시를 댓글로 소개해 주시면 소중하게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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