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디일까? 눈을 떠보니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놀라움. 잠시 후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닥과 벽과 천장을 구분할 수 없는 두리뭉실한 공간이었다. 사방에서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온 바위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이곳은 동굴일까? 아니, 동굴이 아니었다. 아무런 출입구도 없이 사방이 모두 막혀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바위 속 한가운데 있는 텅빈 공간 안에 있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여기 들어온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뒤척이는데 무언가가 발에 걸려 쨍그랑 쇳소리가 났다. 손을 뻗어보니 곡괭이였다. 내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두고 간 건가. 무슨 상관이람. 나는 곡괭이를 들고 일어섰다. 곡괭이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내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곡괭이의 날은 양쪽으로 뻗어 있었는데 하나는 뾰족했고 나머지 하나는 뭉툭했다. 나는 뭉툭한 쪽으로 돌을 내리 찍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분명한 예감이 들었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