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섭은 마을을 내려와 40분가량을 걸어 사무실에 도착한다. 먼저 출근한 동료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자신의 라커를 열고 하얀 띠가 둘러져 있는 야광색 방수 청소복으로 갈아입는다. 그가 옷을 다 갈아입고 고무장화를 신고 있을 때 배가 나오고 키가 훤칠한 사무장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기섭을 부른다.
“장씨, 오늘은 여기 일 말고 서울 광장으로 가야되겠어.”
“뭐? 왜?”
“어제 거기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데.”
“이런 태풍 속에서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아주 볼만했던 모양이야.”
“미친 것들.”
“폭풍에 시위까지, 아주 엉망진창인가 봐. 지금 그리로 출발해야 되니까 준비하고 빨리 나오라고.”
기섭이 서둘러 장비를 챙겨들고 나오자 사무실 앞에는 이미 파란색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기섭과 그의 동료 6명은 봉고차를 타고 곧바로 서울 광장으로 출발한다.
비좁은 봉고차 안은 남자들의 퀴퀴한 발냄새와 고무냄새, 습기로 가득하다. 거기다가 그 중 3명이 동시에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다. 기섭은 창문을 열고 우물거리던 가래침을 찻길로 뱉어낸다. 그는 17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담배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어차피 종말이 온 뒤에는 밀폐된 벙커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순 없기 때문이다. 기섭이 담배 연기를 피해 길게 숨을 내뿜으며 물방울이 번지는 창문을 묵묵히 바라보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어쩐지 말이 없다. 그저 웅얼거리듯 가끔씩 한 두 마디를 나누고는 각자 멍하니 자신의 투박한 두 손을 바라볼 뿐이다. 아직 잠이 덜 깬 탓도 있고, 딱히 나눌 얘기도 없고, 뿌연 가로등 불빛이 스치고 지나가는 차 안이 평소보다 더 어둡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래 태평하고 명랑한 사람들이지만 새벽 4시에 침침한 차 안에서 떠들어 댈 만큼 즐거운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서로의 얼룩덜룩하고 고집스러운 얼굴을 흘긋거리며 어째서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이런 저런 이유를 찾아볼 뿐이다.
15분 정도를 달린 봉고차는 서울 광장 앞에 멈추어 선다. 청소로 잔뼈가 굵은 그들은 패기 있게 우르르 차에서 내려 보지만 곧 아연실색하고 만다. 비에 젖은 쓰레기들이 밀물처럼 광장 안을 휘저어 놓고 있다. 물에 젖어 곤죽이 된 신문지들, 찢어진 비옷들, 검거나 하얀 비닐 봉투들, 빈 패트병들, 전단지들,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들……. 가로수와 전깃줄에는 찢어진 현수막이 걸레처럼 널려있고, 여기저기 던져놓은 깃발들은 전쟁 통에 빗맞아 부러진 화살들 같고, 부서진 천막들은 마치 죽어 자빠진 거대한 곤충처럼 보인다. 비까지 흩날리는 이 한 밤의 광경이 흡사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처참하기만 하다. 미화원들은 으르렁거리며 험상궂게 발을 구른다.
“씨발 것들. 시위를 했으면 지들이 버린 쓰레기는 좀 주워갈 것이지.”
“아니 뭔 중차대한 일이기에 태풍 속에서 이 지랄들이였데? 당장 세상이 망하기라도 한데?”
“중차대한 일은 무슨. 이 핑계 저 핑계로 실컷 기분들 내는 거지.”
그들은 화를 참느라 자꾸만 어깨를 뒤뚱거린다. 이런 일을 위해 자신들이 고용되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다. 아무리 환경미화원의 위상이 나아지고, 월급이 올라가고, 고학력의 지원자들이 줄을 선다 해도 쓰레기가 더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누군가 우리도 너희만큼 더럽히는 짓을 잘 할 수 있다는 듯 땅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는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결국 서로의 기분만 더 더럽게 만들 뿐이다. 정말이지 긴 하루가 되겠구만.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흩어져 빗자루 질을 시작한다. 새까맣고 새하얀, 혹은 잿빛의 쓰레기더미들 속에서 그들의 야광색 옷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꾸역꾸역 빗자루 질을 하던 기섭은 빗자루에 붙은 오물을 털어내다가 눈앞에 절벽처럼 솟아있는 까마득한 고층 빌딩을 올려다본다. 그 빌딩에는 벌써부터, 혹은 아직도, 몇몇 창문들이 환히 불을 밝히고 있다. 간판을 보니 금융회사의 빌딩이다. 금융회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금융’이라는 말처럼 고상한 느낌을 주는 단어도 없다고 기섭은 생각한다. 일상용품 중에 쓰고 또 써도 쓰레기가 되지 않는 유일한 것이 바로 돈 아닌가. 아니, 요새는 대부분 전산을 통해 금융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정말이지 무공해인 셈이다. 무공해 금융, 무공해 노동, 무공해 산업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어째서 매년 치워야 하는 쓰레기는 점점 더 늘어나는지 기섭은 이해할 수가 없다.
[두고 보라고. 이대로 가다가는 쓰레기 때문에 지구가 아작 날 테니까.]
쓰레기 처리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던 기섭의 동료 상철은 늘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리고는 재활용 산업이니, 재생에너지니, 친환경 소재에 대해 늘어놓는다. 그럼 기섭은 짐짓 맞장구를 치지만 내심 비웃는다. 알뜰한 환경운동 따위로 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천진난만함과 오만함이 한심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위중한 불치병에 걸렸는데, 혹은 사형 집행 날짜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 건강을 위해 차근차근 비타민제나 챙겨먹고 있는 꼴이다.
광장의 쓰레기를 채 반도 치우지 못했는데 벌써 희끄무레 동이 터온다. 이제 태풍의 낌새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습기 찬 유리들 위로 푸른 하늘이 떠오른다. 그 때 어디선가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차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소음이 유리에서 유리로 튀어 오르고, 창백한 두 볼에 생기를 띈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바쁘게 길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면서, 커피나 계란빵을 먹으면서, 혹은 하품을 하면서 잰걸음으로 기섭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 중 몇몇은 광장에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에 놀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진저리를 치거나, 곰곰이 생각에 잠기거나, 개중에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얼마 안 있어 건물들 틈 사이로 첫 아침 햇살이 내리비친다. 서둘러 길을 가던 사람들이 문득 고개를 들어 찬연히 빛나는 고층 빌딩 꼭대기를 올려다본다. 아주 잠깐 엄숙한 감동이 밋밋한 그들의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옛사람들이 만년설에 덮인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신성을 느꼈듯, 요즘 사람들은 고층 빌딩을 올려다보며 신성을 느낀다. 하늘로부터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거룩한 기둥들. 그래서 그 거대하고 날렵한 빌딩 두 개가 마른 모래성처럼 주저앉은 일이 그토록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건 그 대담하고 기발한 테러 방법 때문이 아니었다. 도시를 휩쓴 잿빛 먼지 폭풍이나, 시체 조각과 철골 덩어리가 뒤섞여 있는 참혹함이나, 가슴 속에 뾰족하게 틀어박힌 테러에 대한 공포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현대의 신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간파되었기 때문이었다.
오전 9시가 되자 기섭과 그의 동료들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한다. 새벽 4시부터 정신없이 일하다가 몇 시간 만에 가져보는 한가한 시간이다. 알싸한 자동차 매연 냄새와 도시의 잡다한 소란 틈새에 방치된 어눌한 여유를 만끽하며 모두들 한숨 돌린다. 종필과 광수, 상철은 누군가 버린 신문지를 주워들고 함께 들여다보면서 4대강 개발, 증권 동향, 남북 관계, 신길동 묻지마 살인사건 등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곁에 앉은 정호는 몸을 긁으면서 뻑뻑 담배만 피워대고, 명식은 등받이에 기대어 졸고, 20대인 영욱은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기섭은 그들로부터 한 발자국 정도 떨어져 앉아 진하게 탄 커피를 홀짝인다.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빌딩들, 자동차들, 전광판들, 핸드폰들, 물을 뿜어내는 분수, 겹겹이 이어지는 신호등들, 엘리베이터들, 디지털 사진기들, 전철역 입구, 날아가는 비행기, 테이크아웃 커피 컵들, CCTV들, 노트북들, 그리고 세련되게 차려 입은 야심찬 사람들이 필사적인 활기를 만들어내지만 기섭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휴식 시간이 끝나자 그들은 다시 빗자루를 움켜쥐고 일을 시작한다. 초여름 햇볕에 부풀어 오른 뜨거운 아지랑이가 사방에서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섭의 속옷은 땀으로 축축이 젖는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눈을 꿈뻑이며 그는 연신 짭짜름한 입술을 핥는다. 목젖이 부어오르고 뜨겁게 달아오른 등판 때문에 뼈마디가 쑤시지만 그는 딱히 자신의 처지를 불평할 생각은 없다. 어쩌겠는가. 노동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 노동이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실내에서 이루어지든 달구어진 프라이팬 같은 거리에서 이루어지든 그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노동이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많은 것을 의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건, 그리고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건 그저 개인적이고 단순한 하나의 필요일 뿐이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노동을 사람들은 언제부터 부끄러워하게 되었을까?
오후 4시가 되서야 그들의 일은 겨우 끝이 난다. 그들은 다시 봉고차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와 땀과 먼지로 너절해진 작업복을 갈아입는다. 평소에도 일이 고되긴 하지만 오늘은 더 힘든 하루였다. 오늘 같은 날에는 정말이지 이 일을 확 때려치우고 싶다고 광수가 투덜거린다. 그래 보라지, 그 자리를 노리는 더 잘난 사람들이 몇 킬로미터 밖까지 줄을 서 있으니까. 종필이 핀잔을 준다. 그는 어깨에 무리가 갔는지 연신 한손으로 반대편 어깨를 주무른다.
“자자, 오늘 모두 수고 많으셨구요,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한 잔씩 빨고 가시죠.”
늘 대장 노릇을 하는 상철이 오늘도 바람을 잡는다. 단지 본인이 술을 마시고 싶은 것뿐이면서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이 솔선수범한다는 투다. 어쨌거나 오늘은 몸도 마음도, 내일에 대한 기대마저도 녹초가 되었기 때문에 모두들 찬성한다.
“장씨 형님도 같이 가실 거죠?”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는 기섭을 향해 상철이 묻는다. 모두들 빤히 기섭을 쳐다본다. 선뜻 기꺼운 표정들은 아니다. 사실 기섭은 그리 편한 상대가 아니다. 기섭이 괴팍하다는 건 한 두 번만 만나 봐도 분명히 알게 된다. 기섭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짠돌이인데다가, 앞뒤 꽉 막힌 외골수에, 평소 웃는 낯이라곤 볼 수가 없다. 더구나 종말이니 멸망이니 하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으니 그들이 기섭을 둘도 없는 괴짜로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기섭이 딱히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도 편치 않은 일이어서 최대한 무던히 지내는 중이다.
“그래요. 장씨 형님도 오랜만에 같이 가요. 오늘 고생하셨는데.”
턱수염이 덥수룩한 명식도 슬쩍 거든다. 하지만 그건 기섭을 위해서가 아니라 딴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술자리의 유흥을 위해서다. 명식은 기섭을 진지하게 상대해 주는 척 하면서 실은 빙글빙글 골려먹는 걸 즐긴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만] 하는 찡긋거리는 눈짓을 기섭 몰래 모두에게 해 보이곤 한다. 기섭이 없는 자리에서도 종종 기섭에 대해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으며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기섭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저 6명 중에서 그래도 머리가 깨어 있는 건 명식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그러지 뭐. 오늘은 정말이지 일이 수월치 않았어.”
기섭도 술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거나 이제 기섭이 술이라도 한 잔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이들 뿐이다. 기섭도 아주 가끔은 사람이 그립다. 특히 이렇게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자기 자신이 몸서리치게 지겨운 날에는, 또 아무리 경쟁하듯 자신을 뒤집어쓰고 또 뒤집어써도 모두들 비슷비슷 허름해 보이는 날에는, 목욕탕에서 때를 벗겨내듯 술 한 잔이 필요하다.
그들은 사무실 근처에 있는 막걸리 집으로 몰려간다. 실제로 [막걸리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곳은 머리 위로 얼기설기 전구알이 내려오고 벽은 온통 욕지거리와 낙서로 가득한 낡은 술집이다. 값싸고 푸짐한 기름투성이의 안주를 주로 팔지만 막걸리만은 제법 상등품을 제공한다. 아직 술을 마시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라 4-5명의 손님들만 있을 뿐 술집 안은 한가한 편이다. 기섭과 일행들은 혹시 자신들의 몸에서 냄새라도 날까 신경 쓰며 가장 구석진 자리로 향한다. 씻는다고 씻는데도 냄새는 완전히 가시지를 않는다. 명식의 농담처럼 냄새에는 날카로운 발톱이라도 달려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그들이 곁을 지나갈 때면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킁킁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기섭과 동료들은 무심결에 몸을 웅크리지만 정작 자신들은 별 냄새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 치민다.
한 번은 술집에서 보란 듯이 코를 쥐어 싸는 여자와 영욱이 큰 싸움을 벌인 적도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영욱은 그 여자를 향해 침이라도 뱉었을 것이다. 동료들에 의해 가게 밖으로 끌려나온 영욱은 자신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건 비참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자 종필과 상철은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며, - 정호를 가리키면서 - 이렇게 대학원까지 나온 고학력자와 함께 일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떠들어 댔다. 결국 정호는 분통을 터트렸고 7명은 고성을 지르며 서로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날 뿔뿔이 흩어지면서 그들 중 최소한 3명은 사는 게 지옥이라고 느꼈고, 2명은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역겨워졌으며, 2명은 이 일을 그만 둘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헤어지기 직전, 똥을 누는 행위는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똥까지 소중한 건 아니라고 자조적으로 비아냥거렸던 건 누구였더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