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 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세요?”
별안간 그의 아내가 작지만 명랑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득한 꿈과 생기가 작은 마차 안을 환하게 밝혔다. 갑자기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미소에 취해 멍하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폐하가 수없이 감탄하셨던, 제가 입었던 그 황금색 3단 주름 드레스와 붉은 비단 레이스로 장식한 보라색 모자가 생각 안 나세요? 태양제가 있던 날이었지요. 그 날은 1년 중에 왕궁 안으로 햇빛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날이에요. 환한 햇빛이 왕궁 안 구석구석까지 비추어서 모두들 숨을 죽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날이죠. 그러니까 요란한 잔치가 필요한 거예요. 나는 이 태양제가 햇빛을 환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햇빛을 쫓아내려는 게 아닐까 짐작하곤 했죠. 그 날의 날씨로 왕궁의 1년 평안을 점치곤 했는데, 작년에는 날씨가 참 좋았어요. 모든 게 투명하게 반짝거렸어요. 참, 폐하의 황금색 상의도 참 멋있었어요. 폐하는 옥색 상의를 입고 싶어 하셨지만 제 드레스와 맞추기 위해 양보하셨죠.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첫 햇살을 맞으며 제사를 지냈어요. 나는 좋은 향기가 나라고 제단 위에서 노란색 장미를 태웠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좋은 향기가 나지는 않았어요. 향수를 뿌려서 바짝 말린 장미를 쓸 걸 그랬나봐요. 우리는 왕궁의 가장 큰 방에 모여앉아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실컷 웃어댔어요. 아이들이 거울과 조각상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넘어져도 아무도 탓하지 않았죠. 폐하, 기억나세요? 그건 참 좋은 날이었어요. 폐하께서도 오랜만에 기분이 좋으셨어요. 폐하가 소리 내어 웃는 건 드문 일인데, 그 날 적어도 두 번은 폐하의 웃음소리를 들었던 것 같아요. 나는 그 때마다 폐하께 윙크를 보냈지요. 하지만 길고 긴 오후가 지나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폐하는 말이 없어졌어요. 점점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눈빛이 맑아지고 어깨가 다부져 보였죠. ‘왕놀이’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요. 폐하가 그 놀이를 두려워하면서도 내심 기다리고 있다는 것두요. 두려워하면서도 기다린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마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와의 결혼 같은 건가요? 어쨌거나 나는 태양절 한밤중에 이루어지는 그 ‘왕놀이’라는 게 늘 마땅치 않았어요. 저는 놀이에 참여할 수 없는 대다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만약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지켜져 온 전통만 아니었다면 그런 놀이는 그만두고 밤새도록 주사위 놀이나 하자고 폐하를 설득했을 거예요. 하지만 모든 왕들이 매년 빠짐없이 해온 놀이였고, 폐하도 그 놀이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요. 그 놀이는 언제나 자정에 숲 한가운데서 벌어졌지요. 아름드리나무가 까마득히 솟아있는 깜깜한 숲 속에서 말이에요. 그 곳은 오솔길마저 없는 깊은 숲속이었어요. 폐하는 밤 10시가 되자 우리에게 아주 정중하게, 지나치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숲으로 떠났어요. 난 폐하께 같이 가겠다고 졸랐지만 폐하는 거절하셨어요. 그게 이 신성한 놀이의 법칙이니까요. 놀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숲에 들어갈 수 없지요. 하지만 저를 용서해 주세요, 폐하. 그날 밤 저는 몰래 그 놀이를 구경하러 갔었어요. 폐하께서는 늘 그것에 대해 입을 다무셨기 때문에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거든요. 나는 시녀 하나만 데리고는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금방 폐하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 사방에는 오직 나무, 나무 뿐이었요.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서로 부딪히며 수백만 개의 깃발이 펄럭이는 듯한 소리를 냈어요. 아니, 마치 수백만 개의 치마가 찢어지는 소리 같았어요. 나는 나무 기둥을 돌고, 돌고 또 돌았어요. 옛날 우스갯소리처럼 같은 나무를 빙빙 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비슷비슷해 보이는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지며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은 어둠을 만들어 냈어요.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어서 그만 주저앉아 비명을 지를 뻔 했어요. 실제로 주저앉긴 했어요.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지만요. 그 때 멀지 않은 곳에서 횃불 하나가 타오르는 걸 발견했어요. 횃불 하나는 곧 열 개, 스무 개, 수백 개로 늘어나더니 어느새 숲을 대낮처럼 환히 밝히고 있었어요. 숲은 더 이상 나무들의 숲이 아니라 횃불들의 숲이었어요. 그 횃불들은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모여만 있었어요. 나는 궁금해져서 더 가까이 가보려고 나무 그림자 뒤에서 몸을 일으켰어요. 만약 시녀가 말리지 않았다면 나는 치마를 걷어붙이고 불빛에 얼굴을 들어냈을지도 몰라요. 다시 뒤로 주저앉았을 때, 갑자기 사방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어요. 너무나 우렁찬 소리에 숲 속의 모든 나무들이 치를 떨었어요. 땅이 흔들린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나는 그대로 나무 둥치를 껴안고 더 어두운 그림자 뒤로 몸을 숨겼어요. 그리고 숨을 멈추고 나서야 겨우 그 함성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어요. [왕을 잡아라.] 분명히 이런 외침이었어요. 제가 잘못 들었던 건 아니죠, 폐하? [왕을 잡아라.] 모두들 그렇게 외쳐대고 있었어요. 갑자기 횃불들이 사방으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횃불들이 나무 사이사이에서 날뛰었어요. 서로 엎치락뒤치락 쫓고 쫓기고 있었어요. [왕을 잡아라.] 나는 그 때서야 그게 왕을 사냥하는 놀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에, 왕을 사냥하는 놀이라뇨. 그것은 끔찍하고도 해괴했어요. 대체 누가 이런 놀이를 만들어 낸 거죠? 제가 태어난 나라에는 없는 풍습이에요. 아니, 어쩌면 어디에나 비슷한 풍습이 있는지도 모르죠. 아니 아니, 그건 단순한 풍습이 아닌지도 몰라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나요, 폐하? 저는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어요. 그 때 횃불을 든 남자 하나가 [왕을 잡아라]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제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어요. 잠깐 동안이었지만 나는 불빛과 흥분으로 달구어진 그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어요. 그는 평민이었어요. 이빨을 보면 알 수 있죠. 남자의 이빨 전체가 새까맣게 썩어 있었거든요. 평민의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의 더운 입김이 제 정수리에 닿을 정도였다니까요. 곧이어 몇 몇 남자가 또 제 앞을 지나갔어요. 어떤 이는 험상궂게 웃고, 어떤 이는 펄쩍펄쩍 뛰고, 어떤 이는 머리를 마구 흔들어댔어요. 그들은 모두 익명이 주는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기쁨을 알아차린 듯 했어요. 폐하, 아시다시피 그건 폐하와 제가 누려보지 못한 기쁨이지요. 놀랍게도 나는 그 중에서 아는 얼굴도 몇 몇 보았어요. 그는 귀족인데도 허름한 농민의 옷을 입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1년 내내 씻은 적이 없는 더러운 머리 꼴을 하고서 한눈에 봐도 값비싼 비단 옷을 입고 있었어요. 품이 너무 커서 소매가 공중에서 펄럭거렸지요. 그제야 나는 사람들이 서로 옷을 바꿔 입었다는 걸 알았어요. 마치 꿈 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요. 그런데 폐하, 이건 비밀인데, 저는 솔직히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그것은 거지 계집애뿐만 아니라 왕비도 꿈꾸는 것이에요. 여자들은 복장만이 아니라 피부 가죽 전체를 벗어버린다 해도 자신이 여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는지, 자신이 여전히 여자일 수 있는지, 사랑을 맹세한 남자가 여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옷을 바꿔 입고도 여전히 변함없이 서로를 사냥하려 드네요. 아니, 아니에요. 요즘 같은 계몽의 시대에는 여자들도 무기를 원할 거예요. 그러니 여자들이 ‘왕놀이’에 참여할 수 없는 건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에요. 단 한 명의 여자라도 이 놀이에 끼어드는 순간, 놀이는 더 이상 놀이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폐하께서는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더 진지하거든요. 여자들이 진지해지면, 비로소 남자들도 진지해지죠. 그런데 진지해진다는 건 뭘까요? 바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요? 자신만의 목소리를요.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그 목소리 뒤로 더 꽁꽁 숨어버리고 말죠. 이제 익명이면서 동시에 익명일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요, 폐하? 그게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인가 봐요. 그들은 익명의 고통을 알고, 우리는 유명의 고통을 알죠. 이제 그들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려고 하는 거예요. 그럼 고통이 중화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고통이 가중될 위험을 무릅쓰고서요. 그게 바로 그 날 숲 속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그 곳에는 모든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횃불들과 함께 뒤섞여 있었어요. 나는 그들의 얼굴만 보고도 그들의 직업을 알아맞힐 수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너무나 닮아 보였어요. 그들은 [왕을 잡아라]라고 있는 힘껏 외치면서 횃불을 들이밀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어요. 그들은 한참이나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아니면 서로의 얼굴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어서 놀랐는지도 몰라요. 그들은 평생 동안 누군가의 얼굴을 그렇게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누군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대신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게 버릇이었죠. 아, 그 때, 그 때 폐하, 나는 폐하를 발견했어요. 용서하세요, 폐하. 하지만 나는 폐하를 발견했어요. 폐하가 거기 있었어요. 폐하는 힘차고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어요. 그 누구보다 빠르고 멀리 달려가고 있었어요. 난 폐하가 그렇게 빨리 달리는 걸 처음 봤어요. 사실 폐하가 달리는 걸 본 것도 그 때가 처음인걸요. 폐하는 어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마치 어둠 속에 있는 진짜 왕을 쫓고 있기라도 한 것 처럼요. 폐하는 타오르는 횃불을 높이 쳐들고서 [왕을 잡아라]라고 쉴 새 없이 외쳐대고 있어요. 그 때 폐하가 입고 있던 옷은 누구의 옷이었나요? 대장장이인가요? 허름한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땀으로 뒤범벅 된 얼굴에는 검댕이가 잔뜩 묻어있었어요. 심지어 이빨도 새까맣더군요. 어떻게 하신 거죠? 소나무 숯조각이라도 씹으신 거예요? 정말 감쪽같았어요. 내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폐하가 왕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폐하는 내가 알던 폐하 역시 아니었어요. 변장 때문이 아니에요. 변장은 아무 것도 아니죠. 난 폐하를 알아본 것만큼이나 재빨리, 그리고 분명하게, 폐하가 폐하가 아니라는 걸 눈치 챘어요. 폐하, 용서하세요. 나는 폐하의 얼굴을 보았어요. 폐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실제로 웃지는 않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폐하는 기뻐보였어요. 난 알 수 있었어요. 폐하는 자유로워 보였어요. 폐하는 숲 너머의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망설임 없이 그리로 달려가고 있었어요. 폐하는 평소에 그토록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도 어둠을 향해 달리고 있었어요. 폐하의 등 뒤로 [왕을 잡아라] 하고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 치고 있었지만, 폐하는 뒤돌아보지 않았어요. 신경 쓰지 않았어요. 마치 자신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요. 그렇게 나무 사이로 횃불이 멀어지더니 폐하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어요. 어둠이 삼켜버렸어요. 그 때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폐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는 그런 확신이 들었어요. 폐하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영영 떠나버렸다고, 모든 걸 잊어버렸다고. 그리고 어쩌면 이 놀이는 왕을 사냥하기 위한 놀이가 아니라 왕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기 위한 놀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좀 멍해졌어요. 난 정신을 차려야 했어요. 난 각오하고 있었어요. 난 다음 왕이 될 아이의 엄마니까요. 이 아이도 결국 그렇게 달아나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난 왕궁에 혼자 남게 될까봐 두려웠어요.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올랐을 때, 폐하는 왕궁으로 돌아왔어요. 내가 알던 폐하였지요.”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는 따라 웃지 못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다는 데 놀랐다. 그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폐하는 그날 정말로 도망가려고 했나요?”
그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돌아왔어요?”
그는 여전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내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속으로만 숨겨왔던 그런 얘기를 아내에게 해주고 싶었다. 왜 이제껏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서 그녀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입술을 우물거렸다. 지금 이 순간 무언가 의미 있는 얘기를 해야 한다. 진짜 이야기. 그녀가 죽을 때까지 기억할 만큼 중요한 얘기를. 지금. 그 때 별안간 마차 안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 백 개의 횃불이 마차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차가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온 세상이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 소리쳤다.
“왕을 잡아라.”
그 소리는 순식간에 우레와 같은 외침이 되었다.
“왕을 잡아라.”
마차가 멈췄다. 그는 마부석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말을 몰아주었던 남자가 그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남자의 머리가 몸통에서 떨어져나갔다. 머리가 굴러 떨어지고 붉은 피가 앞 유리창을 흠뻑 적셨다. 남자는 누구였을까? 그는 남자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좀 더 남자의 얼굴을 주의 깊게 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무도 저 남자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익명의 왕이 죽어버린 것이다. 하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 그는 돌연 침착해져서 어깨를 펴고 마차 밖으로 나갔다. 횃불을 든 험악한 얼굴들이 그를 좁게 둘러쌌다. 왕이 잡힌 것이다. 그들이 승리했다. 놀이는 끝났다. 그들은 자유다. 그런데 자유가 뭐지? 무슨 상관이람. 형형색색의 눈빛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자세히 바라보았다. 마치 이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해 두려는 듯이. 그는 씨근덕거리며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한손을 들어 올렸다. 아니, 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도 승리자가 아니고, 아무도 자유롭지 않다. 이제 술래가 바뀌었다. 더 복잡한 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그들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왕궁을 벗어나려 한 것이 아니요.”
그는 또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거칠고 커다란 손들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