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연구실에는 어린아이처럼 체구가 작고 노인처럼 주름살투성이에 머리카락이 한 오라기도 없는 사람이 홀로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아, 나를 찬양할 사람이 왔구나.”
그는 어린왕자를 보자마자 멀리서부터 외쳤다. 그의 쪼글쪼글한 입 안에는 이빨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눈만은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찬양하지 않아.”
어린왕자가 말했다.
“이제 곧 그렇게 될 거야.”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내가 왜 당신을 찬양해야 하지? 난 그 누구도 찬양해본 적이 없어.”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는 다르기 때문이지. 특별하거든.”
“특별하다고? 어째서?”
“난 초능력자란다.”
“초능력? 어떤 초능력인데?”
어린왕자가 관심을 보이자 초능력자는 눈알을 뒤굴거리며 기뻐했다.
“자, 네가 이 돌멩이를 손에 쥐고 양손을 등 뒤에 감추고 있다고 하자. 그럼 나는 네가 어느 손에 돌멩이를 쥐고 있는지 맞출 수 있단다.”
어린왕자는 크게 놀랐다. 투시력은 자신도 갖지 못한 능력이었다. 기껏해야 야간용 적외선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가능하다니. 어린왕자는 얼른 돌멩이를 손에 쥐고 등 뒤에 감추었다.
“오른손에 쥐고 있구나.”
초능력자는 식은 죽 먹기라는 듯이 재빨리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어린왕자는 자신의 오른손을 펴서 돌멩이를 확인했다. 어린왕자는 몇 번이고 다시 해 보았지만 초능력자는 모두 맞추었다.
“정말 대단한데.”
어린왕자가 진심으로 말했다. 그것은 찬양이었다.
“그래, 정말 그렇지.”
초능력자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너무 기뻐서 두 눈이 번들거렸다.
“어떻게 그런 능력이 생긴 거지?”
“아아, 거저 생긴 건 아니야. 이 능력을 갖기 위해 고통스러운 실험 과정을 오랫동안 참아야 했거든. 특히 방사능 처리 과정은 너무나도 힘들었지. 덕분에 이빨도 머리도 다 빠져버리고, 피부도 망가지고, 다리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초능력자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몸서리를 쳤다. 그러나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어.”
어린왕자도 동감했다. 이런 대단한 능력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럼 좀 더 해볼까? 자, 내 손에 뭐가 있는지 맞춰 봐.”
어린왕자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빨간 전구를 왼손에 쥐고 등 뒤로 감추며 물었다.
“왼손에 쥐고 있구나.”
“맞았어. 뭘 쥐고 있지?”
그러자 초능력자는 당황해서 큰 눈을 꿈뻑거렸다.
“어, 그게, 뭘 쥐고 있는지는 몰라.”
“모른다고?”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야. 안이 훤히 보이는 건 아니니까.”
어린왕자는 놀랐다.
“그럼 내가 손에 꽃을 쥐고 있는지 칼을 쥐고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래.”
“하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그 초능력이 무슨 소용이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건 대단한 능력이야.”
그리고 초능력자는 재빨리 덧붙였다.
“날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
어린왕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능력자의 말대로 이것은 대단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렇다면 ‘특별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어린왕자는 자신이 ‘언어’의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인간의 언어는 정말 교묘해. 어린왕자는 흥미가 싹 사라지고 말았다.
“난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
어린왕자가 말하자 초능력자는 적잖게 당황했다.
“가지 마. 우리 오른손 왼손 맞추기 놀이나 더 해보자. 혹시 내가 실수라도 하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아니야. 그만 가볼게.”
어린왕자는 돌아서다 말고 문득 멈춰 서서 물었다.
“정말 그럴 가치가 있었어?”
초능력자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정말 이상해.’
어린왕자는 연구실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