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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Sep 21. 2024

세 식구의 하루 루틴

60일차 튼튼이와의 하루

서서히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아가의 뱃골이 늘어나 먹는 텀이 일정해졌고, 목욕을 하고 마지막 수유하는 시간을 고정시키니 아침도 일어나는 시간이 어느정도는 비슷하다. 똑게육아의 시간표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있게 됐다.


아침에 7시 쯤 일어나면 젖을 먹인다. 근데 대체로 이때는 놀지 않고 다시 잔다. 밤잠 연장인 경우가 있는데, 밤에 일찍 자게 되면 놀고 자고, 밤에 늦게 자고 이때 일어나면 그냥 젖만 먹고 자버린다.


낮은 낮답게 해줘야 한다고 해서 밤잠 연장이 아닐 때는 라디오를 켜고 집안을 환하게 한다. 라디오는 91.9에서 가수 테이가 DJ하는 굿모닝 Fm를 듣는다. 테이는 정말 진행을 잘 한다. 게스트가 말할 때 주의 깊게 듣고 공감도 잘 하고 공격도 잘한다. 청취자랑 티키타카도 잘 되고, 선한 마음씨와 삶의 태도가 라디오에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하다. 발음도 좋고 노래도 잘 해서 가끔 ’불금에 노래방‘에서 게스트와 함께 노래할때는 귀호강도 한다. 예전에 출근할 때는 테이라디오를 혼자 듣고 남편에게 에피소드를 소개해줬었는데 이제는 같이 듣고 같이 웃어서 좋다. 남편도 테이 라디오를 좋아한다. 아 테이 라디오는 이번에 청취율이 올라서 상도 받았다.


테이 라디오가 끝나면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를 한다. 정지영은 말씨가 부드럽고 웃음이 많아서 주부들의 사연을 소개할 때 실감나고 재미있다. 신청곡들도 비슷하게 올드하게 들을만한게 많다. 이번주에 정지영과 테이가 둘다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가서 스페셜 디제이가 진행을 했다. 아침이 뭔가 허전했다. 친구 만나러 카페에 갔다가 못만나고 커피만 대충 마시고 온 기분이랄까.


정지영을 듣다보면 10시가 되고, 튼튼이가 다시 일어난다.젖을 먹고, 놀고 한시간 반정도가 되면 찡얼거린다. 그러면 안아서 얼르고 재운다. 한시간 반 정도 잔다. 남편은 아이가 잘 때 밥을 준비하고 나는 청소를 한다. 청소기가 윙윙해도 잘 잔다. 백색소음이어서 그런가보다.


1시쯤 점심을 다 먹으면 또 튼튼이가 일어난다. 젖을 먹고 놀고 한시간 반이 지나면 또 잔다. 놀 때는 요즘 다양한 놀이를 한다. 터미타임, 타이니 모빌, 손에 짤랑이 쥐기, 수건으로 얼굴 가렸다가 다시 보여주기, 아기체육관, 사경 방지를 위한 목 스트레칭. 이렇게 한바퀴 돌면 튼튼이는 또 찡얼거린다. 자야할 때라는거다. 그럼 또 잔다. 물론 바로 자지는 못한다. 안았다가 내렸다가 잤다가 다시 깨면 재운다. 배위에서.


아이가 자면 나는 설거지를 하던지 잠을 자고, 남편도 잠을 자던지 유튜브를 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각자 플레이 타임이다. 길진 않다. 한 시간 쯤 되려나.


4시. 한번 더 이렇게 놀지만 조금 다른 것은 7시의 목욕과 마지막 수유를 위한 밑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조금 모자라게 젖을 주고, 놀고, 살짝만 재우고 6시 50분쯤 목욕 또는 아기수영장을 한다. 목욕을 하면 배가 고프기 때문에 텀이 안됐지만 수유를 한다. 양껏 먹인다. 그래야 밤에 푹 잘 수 있어서. 그렇게 7시 정도가 되면 마사지를 하고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드라이기를 틀어 재운다.


8시 남편이 아기를 계속 재운다. 바로 자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밖에서 오늘 놀았던 장난감 정리와 설거지, 부엌정리, 빨래 넣기 목욕통 정리를 한다.   


10시. 하루가 끝이난다. 이때는 잠을 자야한다. 새벽에 두시 여섯시에 깨거나 한시 다섯시에 깨기 때문에. 근데 밤이 너무나 아쉽다. 주말이면 정해인이 나오는 엄마친구아들은 꼭 봐야한다. 사실 한번도 본방을 못봤으나 어제 처음으로 봤다. 육퇴란 이런것인가 싶었다. 끝나고 남편은 위스키에 진저에일을 말아 마시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정해인과 정소민의 사랑싸움을 보며 한마디씩 한다. 이게 우리의 소소한 재미이다.


별거 아닌 일상이 소중하다. 며칠 아팠더니 또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서 엄마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고 삶은 역시 고통이라는 붓다의 말이 떠올라 슬픔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중한 삶을 만끽하려면 일단 아파서는 안된다. 나도 남편도 아이도. 출산 60일차. 무탈하게 하루가 지나간 것에 감사하다. 루틴이 언제 또 깨질지 모르겠지만 이정도면 2보 전진은 또 한번 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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