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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피디의 제작노트 Oct 24. 2021

엄마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아들의 진학문제


#병구의 진학문제  

다음 날 저녁, 화성가족의 저녁풍경이 보인다.

부엌에서 음식 만들던 아내가 벨소리에 전화를 받는다. 어깨에 전화를 받히고 파를 써는 엄마. 

잠시 후 핸드폰을 두 손으로 잡고 목소리에 집중한다

"네 선생님! 혹시 병구요, 학교 된 거에요? 그럼? 아니요 얘기 못 들었어요 네...

안양은 거기에 미달이나서, 산본으로 가겠데요? 네 네"


거실에서 아이들과 놀아주 던 남편은 아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아내 그럼 군포는 아직 미달이 많이 났어요? 아..네 알겠습니다 자동차과 빼고요? 

그럼 건설 쪽은? 네 알겠습니다." 

엄마는 전화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쉰다. 병구의 진학문제로 병구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한 것이다. 

1차 지원에 떨어진 병구는 2차 지원할 고등학교를 알아보고 있다. 

병구가 가고 싶은 기계과는 경쟁률이 있어 힘든 상태다, 그래서 화성에서 떨어진 산본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알아보고 있다.

아들을 받아 줄만한 고등학교가 있을지 엄마도 확신 할 수 없다. 병구를 받아 줄 고등학교만 있다면 

어디든 보낼 생각이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그 중에서 그래도 괜찮은 학교를 찾아서 열심히  선생님과 상담 중이다. 


그래도 병구의 생각이 궁금해진 엄마. 밥 먹으면서 병구에게 전화를 건다

 "어디야? 너 학교 어디 썼어? 왜? 멀어도 아빠 가는 길에 같이 가면 되잖아? 

  그래도 비젼 있는 학교를 가야지, 학교를 친구 따라 가냐고? 

  몇 시에 올 건데? 9시까지 알았어!"


엄마는 화가 난 투로 전화기를 끊었다. 엄마와 의논도 없이 병구는 다른 학교를 보내달라고 

선생님께 이미 말한 것이다.

“새끼‘라는 말이 아빠 입에서 튀어 나온다. 

           남편     그 새끼가 거기 간다고 그러지 않았어? 지 마음대로 바꿔 버려..

           아내     응, 석진이 따라 가겠데..

마음이 급해진 엄마가 다시 전화기를 들고, 석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석진이가 안가니까 저도 안가겠다는 거예요, 네 그래서 친구 따라 학교 가냐고..

 내가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네..선생님이 자동차 쪽은 또 다 찼데요 

그런데 건설 쪽은 미달이 많이 났다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전화를 붙들고 이곳저곳 전화하는 엄마, 쇼파에 앉아 진행 상황을 물어보는 아빠.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2시간 후 병구가 집으로 들어온다.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벌떡 일어나다.

이미 분위기를 알고 있는지, 병구가 슬그머니 다가온다.

           엄마     선생님하고 통화했어, 어디로 생각해?

           병구     화산고 갈 거예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려고요

           엄마     거기는 인문계잖아? 대학은 입으로 가냐?

           병구     거기 가서 잘하고 그러면..

듣고 있던 아빠가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한마디 한다.

 "전교 꼴찌 하면서 무슨 대학을 간다고 그래! "

사실 병구가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석진이가 화산고를 

간다고 해서 부모 몰래 지원고등학교를 바꾼 것이다.


친구 따라 고등학교를 선택하겠다는 병구의 말에 엄마는 화가 났다. 고등학교가면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좀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엄마의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 더군다나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면, 공부 안하는 병구의 

앞날이 훤히 보인다. 엄마의 마음이 조급해 진다. 내일까지 지원서를 써야 하는데..


병구가 말한 학교는 인문계지만 공부 안하기로 동네 소문이 자자한 학교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핸드폰만 보다가 집에 온 데..’ ‘10시가 넘어서 학교 가잖아,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데‘ ’그러니까 학교가 그 모양이지“ 


하지만 병구는 엄마의 말을 뒷등으로 듣고 있다. 머리를 꼬며 식탁 아래만 바라보는 병구.

엄마는 걱정이 앞선다. 인문계를 졸업하면 병구는 뭘 해먹고 사나? 기술도 하나 없는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 학교는 가겠지, 놀러 가겠지? 엄마 눈에는 그게 보여!

     어찌됐든 산본 쪽으로 갔으면 좋겠어. 혼자 가게 되더라도 말이야

     친구들이 니 인생을 살아줄 건 아니잖아! "

엄마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서 기술이라도 확실하게 배우면, 그래도 덜 고생할거라 생각한다. 

엄마처럼 고생하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떠돌아다니지 않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설득에 나선다.

        엄마     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어!  병구야. 친구가 평생 갈 것 같지? 

        병구     친구 때문에 가는 게 아니예요, 너무 멀어요 

        엄마     사람이 비전이 있어야 되지 않아? 니 여자 친구도 거기 가는 거 싫대! 

                   거기 꼴통 학교 들어가는 거 싫대 ! 내가 직접 통화했어.

        병구    그런데 어떻게 해요 거기는 너무 먼데...


아빠가 출근길에 데려다 주겠다고 나섰다. '안양으로 출근하는 아빠차를 타면 30분도 안 걸린다'고

엄마도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병구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소파에서 해미와 놀고 있던 아빠가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그 새끼 밥도 주지 마! 답답해서 원..”


화가난 아빠는 해미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엄마와 아들은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내일까지 입학원서를 넣어야 하는데 ..

김피디는 안방으로 가서 엄마와 아빠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 할 건지 의견을 물었다.

 "김피 병구가 이렇게 행동하는데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셨잖아요?

  오늘 저녁 2시간 전에 선생님께 들어서 알고 있었잖아요."

김피디의 말에 두 부부가 힘 없이 대답한다.

        엄마    놀던 친구들이 다 거기 가니까 저 고집을 부리고,,

        아빠    멀다고 해서, 출근 할 때 데려다 준다고 까지 했는데..

        엄마    우람이나 해미가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학교 찾아가서 미리 다

                 알아 봤을 거야!

남편을 비난하는 엄마. 엄마의 말이 묘한 뉘아스로 들린다. 약간은 위험 발언이다. 

김피디는 단호하게 말을 끊고 나선다.


         김피    그만 하시고.., 저희가 전문가 선생님한테 배웠는데도 실천은 하나도 

                   안 되고 있잖아요? 병구 문제에 대해서 같이 의논하고 공동으로 대처하라고 

                  했는데 어떠세요? 지금 그렇게 하고 계세요? 병구가 오기 전까지 2시간이나 있었는데,,


김피디는 알고 있다. 예상되는 일은 쉽지만, 예상되지 않은 돌발상황은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서 확실하게 ‘부부공동대응’에 대해서 알려줘야 했다.

노력이 거듭 될 때 습관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끝난다면,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노력들이 한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절박감에 김피디가 다시 한 번 말을 이어 간다.

“두 분 다 잘 못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러면 이거 할 필요가 없어요. 실천이 안 되고 있잖아요. 어머님은 아직도 혼자 

해결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고, 아버님은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고 

지켜볼 뿐 이예요, 거기에 어머님이 화가 난 거죠“ 


김피디의 말에 고개를 꾸덕이는 엄마 아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부부를 뒤로 하고 김피디는 병구 방으로 향했다.

병구에게 왜 학교를 바꿨냐고 물어봤다.

‘너무 멀어서 학교를 끝까지 다닐지 자신 없다‘고 병구는 대답했다.

핑계인지 진심인지 알 수는 없다.


30분 후 병구를 부르는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온다.

거실에 엄마 아빠가 앉아 있다, 병구가 엄마 아빠의 시선을 비껴서 앉는다.

        엄마    아빠가 고민을 하고 회의를 했어

                  자기가 태워다 줄 수 있지? 병구 데리고 학교까지? 

        남편    역까지 태워다 주면 되지, 일찍 일어나면 학교정문 까지 데려다 줄 수 있고. 

        엄마    엄마 생각에는 아무래도, 산본 쪽이 좋을 것 같은데.

        병구    거긴 너무 멀어요.~싫어요 


학교를 통학시켜 준다는 엄마의 말도 소용없다. 병구는 왜 그토록 인문계를 고집하는 걸까? 

공부에 자신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학교 3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 석진이 때문이다. 고등학교 가서도 석진이랑 떨어져

지내기 싫었다. 병구는 오토바이를 같이 타며 어울리는 친구 7~8명이 있다. 

하지만 자기 말을 들어주고, 이해 해 주는 친구는 석진이 뿐이다. 더 이상 외로워지기 싫은 것이다.

엄마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다. ‘어떻게 하면 병구가 마음을 바꿀까?‘ 

엄마는 말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    싫다고만 하지 말고~ 뭐를 해주면 그쪽으로 갈래? 

엄마가 당근책을 제시한다, 아빠의 시선이 엄마를 향한다

        엄마   그럼 엄마가 공약을 걸게!

        아빠    하지 마! 또 시작이야 

남편은 그 의미를 알고 있다. 병구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이다.

        엄마    학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잖아,

                 아들! 오토바이도 타고 싶고, 오토바이도 꾸미고 싶다며..

병구가 고개를 들어 엄마를 쳐다본다. 관심있다는 뜻이다.

        엄마   아빠가 차로 데려다 주다가, 니가 오토바이 운전면허 따면 

                오토바이로 학교가면 되잖아? 얼마 안 남았어!

병구가 갑자기 손을 꼽아 본다. 만 17살! 그러니까 고등학교 들어가서 6개월만 있으면 합법적

으로 면허증을 따고 오토바이를 몰 수 있다. 생일 만 지나면 면허 시험이 가능한 것이다.

        엄마     그렇게 하자~ 병구야

        병구     몰라요~ 한 번 더 걸리면 구속이라 그랬는데..

        엄마     그건 무면허라서 그런 거잖아

엄마가 병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듣고 있던 남편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하는지 한마디 한다.

         “근데 왜 자꾸 오토바이 사준다고 그래.

         오토바이는 고속도로 못 들어가는 거 알지“

병구가 오토바이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런데 갑자기 병구가 어뚱한 얘기를 꺼낸다.

         병구    폰 바꿔져요

         엄마    그건 아빠하고 얘기를 좀 해봐야 돼 ,아빠하고 상의를 해봐야 될 것 같아.

         병구    근데 전 내일까지 밖에 시간이 없어요

                   저는 못 바꿔요. 거기 원서 한번 쓰면 이젠 끝이에요 

         엄마    그러니까 너도 확실하게 잘 다닌다는 조건으로..

         병구    네~

         엄마    그래 알았어 


이미 저희 둘이 다 결정하는 것 같아서, 지켜보던 아빠의 마음이 불편해 진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화가 난 아빠. 엄마와 병구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아빠     지금 몇 번째 핸드폰이야? 애들이 양심도 없냐!

         엄마     병구도 확실하게 결심한 거잖아? 산본 가기로

         아빠     그럼 뭐 시킬 때마다 사줘야 돼?


이제 부부 싸움으로 번지려는 위험한 순간이다.

어떻게 하든 병구의 마음 돌리려는 엄마와 일방적 결정에 화가 난 아빠! 

그리고 당황스러워 고개 숙인 병구, 잠시 묘한 적막감이 흐른다.

엄마는 병구의 마음이 바뀔까봐 얼른 제 방으로 들여보낸다.

“ 그것도 이해 못해 “ ”적당히 하라고 이젠“ 엄마 아빠의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아빠     징그럽다, 징그러 워!

         엄마     징그러운 게 아니라 애가 선택했잖아, 분명히 나는 핸드폰을 바꿔달라고 

                   할 줄 알았어, 그리고 오토바이 얘기 하면 넘어올 줄도 알았어. 


갑자기 병구의 방이 열린다, 그리고 병구가 한마디 외치며 들어간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한 참 싸우던 부부는 어이없다는 듯 병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엄마 아빠는 서로 얼굴을 보고 피식 웃는다, 그리고 싸움을 멈췄다.

“잘 먹히네” 김피디도 웃고 말았다.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김피디는 부부에게 싸인을 보낸다. 

“이번에도 부부 공동대응은 실패예요”

엄마 아빠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남편의 반응이 예전 같이 세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아내도 ‘남편의 말을

받아 주면서 주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어설프게 전쟁이 끝났다.


김피디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매일 실전을 치루고 있구나” 

그렇게 화기애매하게 그날 촬영이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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