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만났다
조카를 만났다. 친척언니의 딸인 다율이는 일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사이다. 3살쯤 된 이 아이는 나를 볼 때 마다 처음 보는 냥 낯을 가린다. 이해한다. 키즈카페에서 알바했던 시절, 자주 오던 아이와 어머니도 일주일만 지나면 날 잊어버렸다. 아이와는 늘 떠날 때가 되서야 친해질 수 있었고 다음에 만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 아이들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오래토록 보지 못하면 잊혀진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가도 있었는데 지나가다 마주쳐 인사를 건내면 깜짝 놀래며 낯선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이 기준에선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으니 두려웠으리라. 그 후부터 아이의 심신을 위해 모르는 척 지나간지 오래다. 잘 크고 있더라. 키다리아저씨처럼 지나가다 마주칠 때면 흡족하게 바라보곤 한다. 혜빈아 건강하렴.
조카는 처음 보는 (?) 나를 관심있어 하며 내 옆을 헤집고 다녔다. 낯가리는 나머지 목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다. 고모에게 물어보니 말을 잘한다고 하던데. 아기 상어를 열심히 보길래 “나도 그노래 알아! 뚜루루뚜루” 노래를 불러줬다. 역시 난 아이들 수준이야. 짝짜꿍 잘 맞아. 헤어져야 할 무렵이 되자 입을 떼며 재잘재잘 말하기 시작했다. 고모는 “이모 사랑해”를 해보라며 아이 기준에서 처음 봤을 상대에게 사랑을 강요했다. “이모 사랑해” asmr같은 속삭임으로 사랑을 들었다. 부끄러웠나보다. 철부지처럼 안들린다고 답변했다. “뭐라구 이모 잘 안들려”
“사랑해애” “웅 이모두 사랑해” 그 후로 계속 ‘사랑해’를 주고 받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입밖에 꺼내는게 참 오랜만이었다. 들은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 나 아무래도 올해 1년치 ’사랑해’를 다 쓴 것 같은데. 1월1일인데 벌써! 더 해줘 더. 다음에 볼 때 너는 또 날 처음보는 사람처럼 대하겠지. 그래도 사랑해. 그땐 더 자라 사랑한다는 말을 오글거려한다한들 난 사랑한다고 말할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