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치사 상당구의 정의
후치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영어를 공부하면서 전치사는 들어봤는데 후치사는 들어본 적은 잘 없을 겁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전치사는 앞에서 꾸미는 말이고 후치사는 뒤에서 꾸미는 말입니다. 후치사의 대표주자로 조사, 어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조사, 어미가 아니라 일본어 투 후치사 상당구이므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일본어 투 후치사 상당구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뼈까지 싶어 먹어 봅시다.
먼저 우리말에서 후치사를 인정할지 말지 학자마다 견해가 다릅니다. 크게는 최현배와 이희승을 중심으로 한국어는 서양어와 다르게 단어 변화가 없어 조사와 특수 조사로 구별되므로 후치사를 인정하지 않는 의견이 있습니다. 주석 1) 또한 람스테트(G. J. Ramstedt)와 이승욱을 중심으로 조사와 구별되는 후치사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특히 람스테트 주석 2)는 명사성 후치사와 동사성 후치사로 구별하였습니다. 명사성 후치사(위/중/밑·아래, 앞/끝·다음·뒤, 안·속/밖, 같이·처럼, 데, 따위)는 대부분 일본어 투 형식 명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동사성 후치사는 후치사 상당구(말미암다, 인하다, 대하다)나 부정 표현(없다)과 대응하기도 하였습니다. 곧 람스테트 견해대로라면 후치사 상당구는 동사에서 유래하였다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1글자 한자어 명사+하다(관하다, 대하다, 달하다, 반하다, 비하다, 의하다, 응하다, 인하다, 제하다, 통하다, 한하다, 향하다 따위)에서 후치사 상당구가 유래하였기 때문입니다. 개인 생각으로는 우리말은 후치사 상당구가 발달한 일본어를 대부분 답습하기에 후치사 개념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다음은 구를 살펴보시지요. 우리말에서 둘 이상 단어가 결합하는 구는 속담이나 관용구가 열에 아홉입니다. 우리말은 단어를 중심으로 분석하므로 구 형태는 관용구로 취급하거나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어 투를 따라 하다 보니 구 형태인 후치사를 어떻게 분류할지 머릿속에 걱정이 생깁니다. 기능으로 보면 조사나 의존명사나 접사나 어미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하므로 어느 문법 바구니에 넣어야 할지 불필요한 문제가 생겨 버렸습니다.
다음은 일본어 조사 니(に)를 살펴보시지요. 일본어 조사는 우리말 조사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조사 가(が)는 ‘이/가’로 대응하고, 오(を)는 ‘을/를’로 주로 대응합니다. 그러나 조사 니(に)는 조사 노(の)와 마찬가지로 문어발처럼 여러 가지 우리말 조사로 받을 수 있습니다.
① 까지: 비가 바다까지 도달하다.[雨が海に到達する。]
② 로/으러: 홍수로 인한 피해[大雨による被害]
③ 만큼: 요리만큼은[料理にかけては]
④ 에게/한테: 그에게 시간이 부족하다.[彼に時間が足りない。]
⑤ 에다가: 벽에다가 지도를 붙이다.[壁に地図を張る。]
⑥ 와/과: 바다와 관련된 전설[海に纏わる伝説]
⑦ 으로는/은/는: 그녀로서는 난처했다.[彼女にすれば困った。]
⑧ 을/를: 하늘을 향해 소리치다.[天に向むかって叫ぶ。]
⑨ 이/가: 학생이 되다.[学生になる。]
다음은 조사 니와 결합하는 구의 정의를 알아보시지요. 후치사라고 설명이 나와 있는 부분을 찾아보았습니다. 김문오와 홍사만 주석 3)은 일본식 후치사란 일본어 조사 '니'가 일반 동사와 결합하여 문법화·특수화를 이룬 형태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조사 '니(に)'가 1음절 한자 어근[예시: 대(對), 인(因), 향(向)+스루동사(する: 우리말 하다 따위와 대응)]의 연용형을 취하여 관용적으로 굳어진 형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연용형이란 일본어에서 기본형에서 동사를 활용한 형태입니다. 보기를 들면 에 관하다, 에 대하다[に関する, につく] 따위를 연용형으로 바꾸면 에 관하여, 에 대하여[に関して, について] 따위가 됩니다. 하지만 몇 가지를 추가해 봅니다.
첫째 조사 니(に)뿐만 아니라, 조사 오(を)나 조사 토(と)와 결합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① 니(に)와 결합: 에 따르다, 에 있어서, 에 대하다, 을/를 향하다 따위
② 오(を)와 결합: 로 하여금, 을/를 토대로, 을/를 통하다 따위
③ 토(と)와 결합: 와/과 동시에, 와/과 아울러 따위
둘째 연용형에다가 기본형, 연체형, 미연형, 조건형 따위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① 기본형, 연체형: 에 관하다, 에 관한 [に関する], 에 그치다[にと止まる] 따위
② 미연형: 에도 불구하고[にも関わらず], 에 의하지 아니하고[によらず] 따위
③ 조건형: 에 따르면, 에 의하면[によれば], 에 비하면[に比べれば] 따위
그러므로 여기서는 일본어 투 후치사 상당구로 새롭게 호적에 올립니다. 일본어 투란 일본어를 따라 하며, 후치사란 전치사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단어 뒤에 위치하여 앞말에 명사를 꾸며줍니다. 상당구란 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정의할 수 있으므로 일본어 투와 후치사와 상당구를 합쳐 일본어 투 후치사 상당구라고 출생신고를 합니다. 다만 여기서는 줄임말로는 후치사 상당구로 편의대로 쓰기도 합니다.
딴 길로 조금 새겠습니다. 상당은 첫째 '와/과 맞먹다, 와/과 비슷하다, 가량, 만큼, 정도' 따위와 같은 형식 명사 구라이(くらい), 호도(ほど)와 유사한 뜻이 있습니다. “200만 원 상당의 포상금”는 “200만 원과 맞먹는 포상금, 200만 원가량 포상금” 따위로 고칩니다. 둘째 '꽤, 많이, 상당히, 제법' 따위와 같은 부사로 사용됩니다. “상당한 긴장감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다.”는 “꽤 긴장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다.”로 바꿉니다.
주석 1) 고대영, "현대국어의 후치사에 대한 연구: ‘없이, 밖에, 말고’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성균관대학교, 서울, 2006), 3-25쪽, http://www.riss.kr/link?id=T10329049, (2021. 4. 13. 확인)
주석 2) Gustaf John Ramstedt, A Korean Grammar (Helsinki: Suomalais-Ugrilainen Seura, 1939), 150-158쪽. https://altaica.ru/LIBRARY/KOREAN/Ramstedt,%20A%20Korean%20Grammar.pdf, (2021. 10. 31. 확인).
주석 3) 김문오, 홍사만, 쉽게 고쳐 쓴 우리 민법: 전면 개정을 대비하여 (서울: 국립국어연구원, 2013), 330쪽, https://korean.go.kr/front/reportData/reportDataView.do?mn_id=207&report_seq=337, (2021. 10. 31.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