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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Jul 18. 2024

나 하나도 마음대로 책임질 수 없는데

“이 일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민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책임이 강조할수록 대개 답이 없는 숙제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라고 말해도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국민의 권리가 강조되는 사회일수록 조직의 보호가 없다면 공무원 개인이 온전히 책임과 불이익을 감당해야 할 때가 많다.

     

오늘도 나는 민원서류를 바리바리 싸서 집에 왔다.

무거워진 가방을 보고 아내가 애처로운지 한마디를 꺼냈다.

“에베레스트 등산 가려고!”

“당신은 돈복은 없는데 일복은 많네”

“복 없는 놈에게 온다는 돈도 안 되는 일복”이라면서 투덜거렸다.

집에서 일하고 싶은 의지는 있으나, 에너지가 고갈되어 노비 문서를 볼 기운조차 없다.

잠시 누웠다가 일하자면서 방바닥에 등가죽을 붙였다.

어느새 졸음이 밀려와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열지도 못한 가방을 메고 회사에 출근하는 되돌이표 생활을 계속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고통이 크다.

잠을 자려고 하면 회사 일이 떠오르는 이.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을 추구하려는 인간.

월요일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라도 나서 입원하고 싶은 자는 책임의 무게에 짓눌렸다.


스파이더맨은 영화에서 온갖 정의를 구현하느라고 바빠서, 정작 사랑하는 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

강도를 잡고 도적을 혼내주는 일은 경찰의 몫이다.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만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녀와 추억을 쌓았다면 사랑을 이루지 않았을까.

24시간 바쁜 그 영웅처럼 주변에서 ‘나 없으면 사무실이 안 돌아간다’라고 책임에 과몰입하는 사람도 있다. 

떠나보라! 당신이 사라져도 조직은 잘 굴러가기 마련이다.

회사가 상사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건 조직이 잘 돌아가게 책임을 적절하게 분산하라는 의미이다.

책임은 나누라고 있는 것이지 한 사람에게 죽도록 몰아주는 것은 아니다. 

    

책임은 사람뿐만 아니라 시간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적절히 시간을 분배하자.

회사업무와 개인 발전을 3:7로 나누어라.

하루 8시간 중 6시간은 열심히 일하는 데 치중하고, 2시간은 더 나은 실력을 쌓기 위해 자기 계발에 투자하자.

1분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이는 없다.

책임에 짓눌려 한숨이 나온다면 당신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그 알람이 오면 10분 정도 기지개도 켜고, 목도 돌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자.

      

인간이 너무 성실하면 상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무한책임을 지려고 하지 말고 때론 무책임해라.

퇴근할 때는 회사의 일은 모두 잊어라.

오늘 책임은 오늘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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