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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Jul 22. 2024

지랄 총량의 법칙


‘어린이날 비라도 쫙쫙 내려라’

아침부터 내 마음을 몰라주는 하늘에는 구름 한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오월 첫 번째 공휴일, 일손이 아쉬웠던 우리 집도 이날에 맞춰 고추를 심었다.

날씨마저 부모님과 짜고 치는 것 같아 서서히 독기가 어렸다.

독오른 뱀에게 일을 시킨들 제대로 하겠는가?

툴툴거리며 고추 모종을 땅바닥에 세게 내려치니, 줄기가 두 동강이 났다.

아버지는 일하기를 싫어하는 내 의도를 알았지만, 손 하나가 아쉬워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 한마디를 했다.

“맛있는 새참을 준비했으니 좀 참고 일해라”

그 말에도 모래를 씹은 내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도저히 타이를 수 없자 내게 일하기 싫으면 그만 밭에서 내려가라고 말했다.     

집에 가본들 변변한 먹거리도 없어서 개울가로 갔다.

강물에 담긴 하늘 한 자락을 두 손으로 건져 올려 이내 허공으로 뿌렸다.

물 표면에 구슬이 떨어져 수면에 어른거리는 내 얼굴마저 보이지 않았다.

우는 모습이 싫어 시냇물에 돌멩이를 던진 후 강바닥에 누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다른 아이들은 오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던데, 난 이게 뭐야!’

‘××같은 세상! 누가 이 공휴일을 지정했어!’

괜히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이 미웠다.


어릴 때 평생 쓸 투정을 다 써서, 어른이 되면 안 부릴 줄 알았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길 원했으나, 그곳은 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수시로 흔들었다.

공부도, 승진도, 육아도, 재산도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억울해서 방바닥을 빙빙 돌면서 천정에다 발을 뻗었다.

달래주는 이도 없고 현재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만, 풀이 죽어 있기보다 억울함이라도 풀고 싶었다. 

    

어린이날 방영되었던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는 삼시 세끼를 건빵만 먹었음이 틀림없다.

주인공처럼 인생이 외로워도 슬퍼도 참기만 하면 별사탕이 없는 마른 빵을 먹는다.

살다가 답이 없으면 산이나 바다로 가서 목청껏 외치자.

밖으로 못 나가면 선풍기를 3단으로 틀어놓고 분통이 풀릴 때까지 소리쳐라.

응어리를 털어낼수록 분노가 가라앉는다.

꽥꽥 소리를 치다가 목이 잠기거든 분했던 원인을 분석하자.

그런 다음 당신의 기분을 다독거려 좋은 열등감으로 바꾸자.

이 감정은 잠을 자다가도 눈물을 흘릴 만큼 에너지 덩어리이다.


평화롭게 흘러가는 하얀 구름보다 먹구름처럼 어두운 기운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열등감은 또 다른 성장의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열등감을 괴롭혀 도전으로 바꾸어 새역사를 만들자.

세상이 고추처럼 맵더라도, 졸라대면 귀찮아서라도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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