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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Jul 11. 2024

오마카세보다 엄마카세

“몇 개고!”

“밥알 말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은 요리사에게 초밥의 밥알 개수를 물었다.

“15g입니다”.

“점심에는 320개가 적당하다 해도, 술하고 낼 때는 280개만 해라”

이 연속극은 이병철 회장의 초밥 오마카세 관련 일화를 오마주했다.

     

오마카세는 초밥에서 시작하여, 한우, 통닭, 각종 디저트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본디 그 단어는 ‘맡기다’라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지 못할 때 선택권을 부여받은 조리사가 그날 있는 재료로 요리했다.

일본은 이런 조리법을 대중식당에서 즐기는 즉석요리로 간주하나, 한국은 고급 음식점에서 먹는 코스요리이다. 

    

재료를 기준으로 보면 고급 초밥은 합리적 소비일까.

횟감인 고등어나 전어는 금방 죽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다.

생선가게에 가보면 죽은 생선은 살아있는 물고기보다 싸다.

장어나 벤자리도 고급 횟감으로 보기 힘들다.

원가보다 솜씨 좋은 주방장의 인건비와 분위기를 연출하는 마케팅 비용에 더 많은 소비자 가격이 붙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건희 회장에 애용한 신라호텔 ‘아리아케’는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한정된 손님만 받으니, 입소문과 더불어 조바심이 나게 만들 수 있다.

호기심은 커질수록 가격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그런 마케팅은 누군가가 만들어서 더 퍼트릴 수 있다. 

일식집을 탐방하는 유튜버의 복장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운동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촬영하면서 색다른 메뉴를 소개하느라고 바쁘다.

기계음은 음식을 조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점주는 가게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개인 방송인의 행동에 눈을 감는다.

그와 반대로 일본의 초밥 장인은 회 한 접시에도 정성을 다했다.

손님들은 그 작품을 감상하려고 깔끔한 정장을 입고, 맛을 즐기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즐거움을 중시하면 깊이 있는 교양을 볼 수 없다.

     

본디 오마카세는 단골손님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조리사는 일에 지친 직장인에게 입이 춤추는 먹거리에 귀까지 즐겁게 솔깃한 에피소드를 풀었다.

‘물고기의 맛있는 부위는 어디이며, 궁합이 맞는 재료는 무엇이며, 조리 방식은 어떠하며’라는 MSG가 첨가된 에피소드로 업무에 지친 이에게 잠시 시름을 잊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지 못했다면 화려한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당신의 지갑을 연 격이다.

     

이브의 사과처럼 인간은 먹지 말라고 하면 더 먹고 싶다.

부모님이 살림에 보태려고 사과나무 몇 그루를 길렀다.

잘 익은 사과가 눈에 어른거려 수확 전에 슬그머니 따먹었다.

어머니는 “밉생이! 팔려고 남겨놨더니 몰래 먹었구나”라고 작대기를 들었다.

“맛있는 걸 왜 못 먹게 하나. 누구를 위해 농사짓는데”라면서,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까치처럼 몽둥이를 피해 달아났다.

멋진 요리를 눈에 밟히면 고급 음식점에 가보라.

다만 멋진 옷을 입고 본연의 풍미를 즐기자.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가 태어난 곳이 그립다.

시골에 아버지가 계시지만 예전처럼 발길이 잘 가지 않는다.

고향이 그리운 것은 어머니가 보고 싶고, 엄마표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에게 고급 음식을 대접받으면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매일 먹었던 사랑과 손맛을 더한 원조 오마카세는 감사하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겼다.

힘든 날엔 그 요리가 더 그립다.

매를 맞더라도 ‘엄마카세’가 먹고 싶지만, ‘엄마 없는 고아가 됐어!’라는 현실을 깨달을수록 내 마음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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