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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Sep 26. 2024

눈 감지도, 눈치도 주지 말자


누구나 편한 공간이 따로 있다.

집이 편한 사람이 있고 카페가 편한 이도 있다.

딸아이는 영역 동물처럼 집에서 온전한 휴식을 즐겼다.

그 아이는 음식이 꽉 찬 냉장고와 햇살이 들어오는 막힌 공간과 세상을 연결하는 인터넷과 음악이 있는 제집이 편한 모양이다. 

    

자식을 키우는 건 손톱 가시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

나와 가까우나, 또 다른 인격체이므로 함부로 손을 대면 피가 나고, 그대로 두자니 간질간질하다.

눈을 감으면 답답하다.

다른 자녀는 학교도 가고 취업도 하고 정상 궤도를 타고 가는데 내 자식은 제자리를 맴도는 듯하다. 

    

TV 프로그램에서 단어 풀이 퀴즈를 할 때 각국 학부모의 반응을 보여주는 실험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미국 엄마는 아동이 스스로 풀 수 있도록 기다렸다.

한국 엄마는 “이렇게 바꿔”라면서 자식 옆에서 다 알려주었다.

그래도 문제를 풀지 못하면, 직접 선수가 되어 자기가 해결했다.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매일 물을 주고 손질하면 오히려 썩고, 옹이가 맺혀 풀 수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자.

멀리서 보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는 고목처럼 조금씩 자라기 마련이다.

봄이 오면 아무것도 없는 가지에 꽃망울이 올라오고, 

껍질 사이로 물이 올라오면 나뭇잎은 연두색에서 녹색으로 갈아타고.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그 잎은 붉은색으로 물들이기 마련이다.

     

아이와 부모는 같은 시간이라도 속도가 다르다.

시속은 나이에 곱하기 2이다.

예를 들면 열 살은 20km이고, 마흔 살은 80km이다.

어버이는 기다릴 수 있는 지치지 않는 성격이 필요하다.  

   

연륜은 다른 말로 나이테이다.

줄기가 나이를 먹어가듯 사람도 세월이 갈수록 연륜을 쌓는다.

연륜은 시간이 지나면 그저 얻는 것이 아닌 채찍을 맞고 하루하루를 버틴 결과이다.

자세히 보면 상처를 입지 않는 나무가 없듯이 당신도 또 한해를 견뎌서 얼굴에 주름살이 더 생겼다.

나도 이번 생애 부모는 처음이라서, 딸이 속으로 아픈지 잘 몰랐다.

피나는 채찍을 맞고 나서야 그 애가 천천히 성장한다고 사실을 알아갔다.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딸이 걱정되지 않는가?

그것은 즐거웠던 어린 시절과 연결하는 통로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린이의 환상과 기대를 접고, 냉정한 현실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즐거움이 사라진 세상에서 잠시나마 즐거웠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관용을 베풀어라.

다만 조절할 수 없다면 시간을 정하는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따뜻한 말을 건네주라.

사랑이란 양극단을 피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눈감아 주지 말고, 눈치도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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