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도 죽지 않는 불가살

조사를 잡아먹은 후치사 상당구

by 홍단근

아이는 어릴 적 아빠와 추억이 평생을 간다고 하지요. 지나간 버스가 미련이 남 듯 “그땐 왜 그랬을까?”라고 후회를 해봅니다. 그나마 아이와 함께 낚시 갔던 추억이 있네요. 낚싯대에 미끼를 달아주면 아이는 연신 바다의 별인 불가사리를 잡아 올립니다. 무엇이든 삼키고 죽지도 않습니다. 놓아주어도 또다시 살아납니다. 불가사리처럼 죽여도 죽지 않는 불가살과 같은 말을 알아보시죠.

후치사 상당구는 불가살처럼 조사를 꿀꺽하였습니다. '에 있어서'는 ‘에서’를 잡아먹었습니다. '에 대하다·에 관하다'는 ‘을/를’을 꿀꺽 삼켰습니다. '에 의하다·에 따르다'는 ‘대로, 마다’를 냠냠했습니다. ‘에 이어’는 ‘와/과’를 홀랑 먹었습니다. ‘에 반하다·에 비하다’는 ‘보다’를 한입에 먹었습니다. ‘에 관한 한은, 에 관해서는, 에 대해서는’ 따위는 ‘은/는’를 싹 갈아먹었습니다. ‘에 못지 아니하다’는 만큼을 훅 마셨습니다. '에 한하다'는 ‘만, 까지’ 따위를 홀라당 먹었습니다. '에 걸치다'는 ‘까지’를 통째로 잡수셨습니다. 이제 남아 있는 말을 살펴보시지요.

첫째 ‘로 하여금’이 있습니다. ‘로 하여금’은 과거에 죽은 말인데도 불가살처럼 다시 사용합니다. ‘로 하여금’은 에게, 한테 따위로 받습니다. “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 선거를 진행하도록 했다.”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실제 선거를 진행하도록 했다.”라고 바꿉니다.

둘째 ‘에 해당하다’가 있습니다. 서술격 조사 '이다'로 고칩니다. ‘이건 난이도 상에 해당한다.’는 ‘이건 난이도 상이다’라고 갈아줍니다.

째 ‘을/를 계기로, 을/를 기회로’ 따위가 있습니다. 이것은 ‘부터, 에서’ 따위로 손질합니다. 아니면 더 쉬운 ‘을/를 시작으로’로 수정합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었다.”는 “코로나로부터 비대면이 확산되었다, 코로나를 시작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었다”라고 교체합니다.


낚시를 다 했기에 뒷정리를 해봅니다. 불가살의 한 종류인 '로 하여금, 에 해당하다, 을/를 계기로' 따위에 먹힌 '에게/한테, 이다, 부터' 따위를 살려주세요.


다음 주부터는 순서를 바꾸어 접미사 적을 비롯한 접사를 조사 '의'보다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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