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에 걸치지 마

범위의 후치사 상당구: 에 걸치다, 에 달하다

by 홍단근

초등학교 시절, 의자는 두 개이지만 책상은 짝지랑 같이 썼습니다. 껌 하나 안 준다고 사이가 틀어져 책상에 선을 그렸습니다. 이내 “내 책상에 걸치지 마. 그럼 모두 가져갈 거야.”라고 전쟁을 선포하지요. 어쩌면 종잇장처럼 얇디얇은 자존심이 우정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마음에 금을 그었네요. 이처럼 ‘에 걸치다’는 본디 가로질러 걸리다, 얹히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때는 에, 에서, 으로 따위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다방면에 걸쳐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다방면에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라고 짧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문어는 산소를 공급하는 심장 말고, 피를 공급하는 심장 두 개가 더 있듯이 '걸치다'는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간을 나타내면 동안, 내내 따위로 되고, 다른 하나는 '부터, 에서' 와 짝지어 두 시간 사이를 나타내면 ‘까지’나타냅니다.

“사흘에 걸쳐 살 집을 보았다.”는 “사흘 동안 살 집을 보았다. 사흘 내내 살 집을 보았다.”라고 칼날을 갈아줍니다. “10월 1일부터 10월 31일에 걸쳐 산불 예방 운동을 진행하였다.”는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산불 예방 운동을 진행하였다.”가 됩니다.


걸치다와 비슷한 ‘에 달하다도 세 가지로 의미가 존재합니다.

첫째는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누적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에 달하다.”는 “누적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에 이르다, 누적 인플레이션이 두 자리에 도달하다.”라고 붓칠을 해줍니다.

둘째 ‘이/가 되다’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00조의 “성년에 달한 자는 자유로 약혼할 수 있다.”는 “성년이 되면 자유로이 약혼할 수 있다.”가 제법 어울립니다.

마지막으로는 정도·수준 따위와 같은 뜻을 나타내면 가량, 남짓, 만큼 따위로 대체합니다. “2조 원에 달하는 보상비용”은 “2조 원가량 보상비용”라고 갈아주시고, “한국 면적 50%에 달하는 평야”는 “한국 면적 50% 남짓한 평야”라고 교환해주세요.

수업이 끝났으니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에 걸치다, 에 달하다' 따위는 문어 심장처럼 다양한 의미가 있으니 걸맞은 숨결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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