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
『강아지 똥』을 지은 권정생 씨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앞에는 바위 하나가 있고, 옆에는 도랑이 흐르고, 뒤에는 바위산이 있고, 오솔길이 있습니다. 집이라고 해봐야 블록으로 지은 화장실과 단칸방이 전부입니다. 이처럼 우리네는 소박한 삶을 살다 보니, 장소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영어 전치사에 해당하는 개념이 강조되지 않았습니다.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소재·존재와 생산·제작과 발생·출처와 방향·위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치기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조사 ‘의’를 생략합니다. 일본어는 다른 것처럼 장소에도 조사 ‘노(の)’를 씁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조사 ‘의’를 생략하거나 더 나아가 방향, 위치 개념 자체를 생략합니다. 그러므로 “언덕 아래의 집”이 아닌 “언덕 아래 집”으로 모양을 바꿉니다. “책상의 위에 교과서가 놓여 있다.”는 “책상에 교과서가 놓여 있다.”라고 모습을 바꿉니다.
둘째 다른 말을 넣으면 됩니다. 대표선수로는 접미사 발(發), 산(産), 제(製)가 있습니다. 발생·출처는 접미사 발(發)을 쓰고 생산·제작은 접미사 산(産)이나 접미사 제(濟)를 집어넣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다듬습니다. “일본의 원재료 수입 제한”은 “일본산 원재료 수입 제한”이나 “일본제 원재료 수입제한”으로 갈아줍니다. 또한 소재·존재나 방향·위치는 상/위, 하/아래, 중/간/가운데, 내/속/안, 외/밖, 옆/측/쪽 따위를 끼워 넣습니다. “공원의 의자”는 “공원 안 의자”로 교체합니다. “창가의 초목”은 “창문 너머 초목”이나 “창가 옆 초목”이나 “창가 쪽 초목”으로 교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 구역을 삽입할 수도 있습니다. “성주의 참외”는 “성주군 참외”로, “동래의 온천”은 “동래구 온천”로, “뉴욕의 맨해튼”은 “뉴욕 주 맨해튼”으로, “충청의 자랑거리”는 “충청도 자랑거리”로 행정 구역을 덧붙일 수 있습니다.
셋째 ‘으로, 에, 에서’로 교정합니다. 일본국립국어연구소 주석 1)는 조사 ‘노(の)’가 ‘에 있어서, 에 있어서의’와 같은 뜻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앞에서 해설하였듯이 ‘에 있어서, 에 있어서의’는 장소의 조사로 교대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명물인 조랑말”은 “제주도에서 명물인 조랑말”이라고 모양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어 투인 “제주도에 있어서 명물인 조랑말”은 바른 고치기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조사와 용언으로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① 소재·존재는 살다, 소재하다, 있다, 존재하다 따위로 ② 발생·출처는 발생하다, 보내다, 생기다, 일어나다 따위로 ③ 생산·제작은 만들다, 생산하다, 산출하다, 제작하다 따위로 ④ 방향·위치는 딸리다, 매어 있다, 부속하다, 붙어 있다 따위로 교정합니다. “수족관의 돌고래”는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로, “회사의 문제”는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로, “통영의 굴”은 “통영에서 생산하는 굴”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휴게소에 딸린 화장실”로 모양을 고칩니다.
일본국립국어연구소(日本国立国語研究所), 現代語の助詞·助動詞-用法と実例 (東京: 秀英出版. 1951), 159쪽, doi:10.15084/00000991.
추상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
평균의 함정이란 값을 하나로만 이해하려는 성향입니다. 1살 된 아기와 39살 먹은 엄마를 평균하면 20살이 됩니다. 이처럼 조사 ‘의’는 추상적인 장소와도 결합합니다. 추상적인 장소는 눈에 보이는 장소가 추상으로까지 확대된 개념입니다. 그러나 장소를 나타낼 때와 다르게 조사 ‘의’를 생략하기가 곤란합니다.
이때는 세 가지 방법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첫째 ‘가운데(에), 중에, 속에, 속에서 속으로, 안에, 안에서, 안으로’를 넣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다.”는 “마음속에서 준비를 하다.”라고 형태를 고칩니다. 민법 137조의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는 “법률행위 가운데 일부분이 무효이면 모두를 무효로 한다.”라고 형상을 고칩니다. 둘째 앞서 말한 대로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와 마찬가지로 ‘으로, 에, 에서’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친구를 괴롭히고도 양심의 자책을 듣지 못했니?”는 “친구를 괴롭히고도 양심 에 자책을 듣지 못했니?”라고 꼴을 고칩니다. 마지막으로 조사와 다양한 용언으로 받아줍니다. “아픔의 역사”는 “아픔을 기억시키는 역사”라고 다듬질합니다.
지시어와 접속하는 조사 ‘의’
이엑스아이디(EXID)가 부른 「위아래」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는 “위 아래 위 위 아래 ….”로 시작합니다. 이것을 “상기, 하기, 상기, 상기, 하기 ….”라고 풀이하면 누가 알아먹을까요? 차라리 위쪽, 아래쪽이라고 표현하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됩니다. 일본어는 이/그/저를 비롯한 다양한 지시어와 ‘노(の)’가 결합하여 명사를 꾸밉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이, 그, 저’와 같이 조사 ‘의’를 안 붙여야 정상입니다. 이런 유형에는 ‘다음의, 상기의/하기의, 위의/아래의, 전조의, 전항의, 그쪽의/이쪽의/어느 쪽의’ 따위가 있습니다.
그럼 고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첫째 조사 ‘의’를 생략하면 됩니다. “아래의 공지사항”은 “아래 공지사항”으로 모양을 뜯어고칩니다. “이들의 사연은 “이들 사연”으로 모습을 뜯어고칩니다. 둘째 방향과 관련되면 ‘쪽’을 넣습니다. “위의 알림”은 “위쪽 알림”으로 꼴을 뜯어고칩니다. “전조의 사항”은 “앞쪽 사항”으로 형태를 뜯어고칩니다. 또 ‘와/과 같은’으로 순화하면 됩니다. “다음의 사항”은 “다음과 같은 사항”으로 교정합니다.
여담으로 이, 그, 저와 같은 지시어는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생략합니다. 민법 41조의 “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제한은 이를 정관에 기재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 없다.”에서 불필요한 지시어 ‘이’를 생략합니다. 곧 “이사 대표권 제한은 정관에 기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라고 손질합니다.
이번 단원에서는 공간을 나타내는 조사 ‘의’를 살펴보았습니다.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생략하거나 접미사 발(發), 접미사 산(産), 접미사 제(濟)를 비롯한 다른 말을 넣어 줍니다. 추상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생략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시어와 접속하는 조사 ‘의’는 생략하거나 ‘쪽, 네, 사람’을 넣거나 ‘와/과 같은’으로 변경하면 됩니다.
시간·시기를 나타내는 조사 ‘의’
사춘기 시절에 꿈이 많았습니다. 겨울밤이면 고구마도 구워서 친구와 장래를 이야기를 하면서 날밤도 많이 세웠습니다. 얼마나 이야기를 많이 했는지 혓바닥이 쑥 빠질 지경이었습니다. 시간·시기를 나타내는 조사 ‘의’를 설명하다 보니 혓바닥이 길어졌습니다. 시간·시기를 나타내면 네 가지로 고칩니다.
첫째 고유어를 가다듬습니다. 시간·시기를 나타내는 ‘의’는 한자가 잘 결합니다. 과거는 거(去), 작(昨), 전(前), 종(從)이 있습니다. 현재는 금(今), 근(近), 현(現)으로 표시됩니다. 미래는 내(來), 명(明), 익(翌), 차(次)로 표현됩니다. 모두 쉬운 토박이말로 갈아줍니다. “거년의 홍수”랑 “작년의 홍수”랑 “전년의 홍수”는 “지난해 홍수”로 모양을 수정합니다. “종전의 방식”은 “과거 방식”으로 모습을 수정합니다. “금년도의 예산”은 “올해 예산”으로 형태를 수정합니다. 또 “현금의 동향”은 “지금 동향”으로 형상을 수정합니다. “작금의 사정”이랑 “근간의 사정”이랑 “근래의 사정”이랑 “근일의 사정”은 “요즘 사정”으로 틀을 수정합니다. “내일의 모임”이랑 “명일의 모임”이랑 “익일의 모임”은 “내일 모임”으로 꼴을 바꿔줍니다. “미래의 소망”은 “앞으로 소망”으로 교체하시면 됩니다.
둘째 조사 ‘의’를 생략합니다. “사춘기의 시절”은 “사춘기 시절”로 줄입니다. “오후의 뉴스”는 “오후 뉴스”로 짧게 만들어 줍니다.
셋째 다른 말을 넣는 방법입니다. ‘께, 날, 녘, 동안, 무렵, 중, 쯤, 철’과 같은 말을 추가합니다. “겨울의 밤”은 “겨울철 밤”으로, “새벽의 여명”은 “새벽녘 여명”으로, “한밤의 소동”은 “한밤중 소동”으로 다듬습니다. 또 “오늘의 경제여건”은 “오늘날 경제여건”으로, “연말의 행사”는 “연말께 행사”나 “연말쯤 행사”나 “연말 무렵 행사”로 다듬질합니다.
넷째 내려오다, 발생하다, 생기다, 연결하다, 이어오다, 전해오다, 지속하다 따위로 교대할 수 있습니다. “옛날의 이야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로, “백 년의 함성”은 “백 년을 이어온 함성”으로, “1894년의 동학혁명”은 “1894년에 발생한 동학혁명”으로 다양하게 뜯어고칠 수 있습니다.
수량·순서를 나타내는 조사 ‘의’
수량·순서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네 가지로 고칠 수 있습니다.
첫째 토착어로 받아줍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은 “처음 있는 사건”으로 쉽게 바로잡으면 됩니다. “제2의 인생”은 “두 번째 인생”, “다시 태어난 인생”으로 모양을 교정합니다. “최종의 결과”는 “마지막 결과”로 손질합니다.
둘째 순서를 바꿉니다. 친구와 술 약속을 잡을 때 “술 한 잔 할래?”라고 하지 “한 잔의 술 할래?”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일본어 투는 수량 명사를 앞세웁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수량 명사가 뒤에 옵니다.
셋째 다른 말을 넣으면 됩니다. 수량·순서를 나타내면 ‘대, 짜리, 어치’로 교체합니다. “만 원의 지폐”는 “만 원짜리 지폐”로, “수십억 원의 재산”은 “수십억 원대 재산”으로 변경합니다. 또한 ‘뿐, 째, 만’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기회”는 “한 번뿐인 기회”로, “두 번의 봄”은 “두 번째 봄”으로 교정합니다.
넷째 다양한 용언으로 순화합니다. MBC에서 「만원의 행복」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만원으로 일주일을 사는 프로그램입니다. 차라리 만원이 주는 행복이라고 하면 더 좋았습니다.
오늘은 수를 나타내는 조사 ‘의’를 살펴보았습니다. 시간·시기를 나타내면 조사 ‘의’를 생략하거나 ‘께, 날, 녘, 동안, 무렵, 중, 쯤, 철’을 넣습니다. 수량·순서를 나타내면 위치를 바꿔주거나, ‘대, 짜리, 어치, 뿐, 째, 만’을 넣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