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조사 ‘의’를 시작하면서
① 개요
3끼 잘 드시는지요? 바쁜 직장인은 세끼 챙겨 먹기가 힘듭니다. 직장인은 밥벌이를 하면서 때론 바빠서 아니면 건강 때문에 다이어트를 합니다. 다이어트를 해보면 처음에는 배가 고프지만, 좀 지나면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이어트가 필요한 조사 ‘의’를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어는 조사 ‘노(の)’를 가장 많이 씁니다. 우리말도 조사 ‘노(の)’와 대응하는 조사 ‘의’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주석 1) 왜 이처럼 조사 ‘의’가 많이 팔릴까요? 첫째 일본 문법을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어는 삼시 세끼 밥 먹듯이 단어를 연결할 때마다 ‘노(の)’를 꼬박꼬박 씁니다. 하지만 조사 ‘의’는 다이어트를 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면 녹색의 소나무의 가지[錄の松の枝]는 일본어이지만, 녹색 소나무 가지는 우리말입니다. 둘째 수동, 부분, 간접을 내세우는 데 쏠쏠합니다. 이것은 책임을 피하고, 사물을 내세워 객관적으로 보이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셋째 잉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돌려막기를 할 수 있습니다. 곧 조사 ‘의’는 문장 안에서 글자 수를 줄이고, 접미사 적(的), 후치사 상당구, 형식 명사 상(上)으로 쉽게 땜질합니다.
② 분류
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 지표(MBTI)는 사람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사 ‘의’도 16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조사 ‘의’는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분류합니다. 그 가운데 모리 미호(森美穂) 주석 2) 님은 일본어 조사 ‘노(の)’를 40개로 자세히 나누었습니다. 여기서는 그분의 분류 방법을 불쏘시개로 삼아 새롭게 만듭니다. 조사 ‘노(の)’와 조사 ‘의’는 재료, 종류, 형식 명사에 접속하는 경우를 빼고 37개가 모두 대응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므로 주체, 수식, 공간, 수, 다양한 조사로 고치기, 용언으로 고치기, 부사로 고치기와 같은 7가지 대분류를 기준으로 16가지를 설명합니다. ① 소유·인간관계 ② 동작주·작성자 ③ 단체·소속은 ‘주체’로 분류합니다. ④ 수식 관계 ⑤ 비율·한도는 ‘수식’에 포함합니다. ⑥ 장소 ⑦ 추상적인 장소 ⑧ 지시어에 접속은 ‘공간’으로 분류합니다. ⑨ 시간·시기 ⑩ 수량·순서는 ‘수’로 포함합니다. ⑪ 다른 조사로 고치기 ⑫ 중첩하는 ‘의’를 고치기는 ‘다양한 조사로 고치기’로 분류합니다. ⑬ 동사 고치기 ⑭ 형용사 고치기 ⑮ 조사+용언으로 고치기는 ‘용언으로 고치기’에 포함합니다. ⑯ 관형사·부사 따위로 고치기는 부사로 고치기에 분류합니다. 다만 ‘비율·한도’와 ‘다른 조사로 고치기’는 제가 추가를 하였습니다. 더 궁금하시다면 학자들마다 분류 방법을 정리하여 마지막에 첨부해 놓았습니다.
③ 고치는 방법
고치는 방법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째 조사 ‘의’는 쉬운 고유어로 다듬습니다. “자신의 한계”는 “스스로 한계”로, “익년의 예산”은 “다음 해 예산”으로, “최적의 상태”는 “가장 좋은 상태”로, “사각의 상자”는 “네모난 상자”로 교정합니다. 조사 ‘의’ 고치기에서 토박이말은 가장 좋은 대체재입니다.
둘째 순서를 바꿉니다. 일본어는 사람보다는 사물을 앞세우고, 전체보다는 부분을 내세웁니다. 이런 형태는 위치를 바꿉니다. “나의 손발은 다른 사람보다 굵다.”는 “나는 손발이 다른 사람보다 굵다.”라고 자리를 바꿉니다. 또한 수량 명사를 표현할 때 일본어는 수량 명사랑 조사 ‘노(の)’랑 명사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명사와 수량 명사로 표시해야 합니다. “100만 원의 현찰”보다는 “현찰 100만 원”이 더 좋은 표현입니다. 더 나아가 ‘수식 관계’에서도 차례를 바꿀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람들 대다수가 동물을 좋아한다.”라고 모습을 변경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사 ‘의’와 ‘에 의하다’가 짝을 지어 수동을 만들면 순서를 되돌립니다. 형사소송법 81조 1항의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는 “검사가 구속영장을 지휘하고 사법경찰 관리가 집행한다.”라고 위치를 변경합니다.
셋째 조사 ‘의’를 생략합니다. 우리말은 일본어와 달리 복합명사가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조사 ‘의’를 쓰지 않고 연속해서 명사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당신, 국민, 전국처럼 친숙한 말에는 조사 ‘의’를 붙이지 않고도 쓸 수 있습니다.
넷째 다른 말을 넣습니다. 조사 ‘의’가 아닌 관형사, 의존명사, 접미사 따위를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뒷장에서 배울 다른 말 넣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소유·인간관계나 동작주·작성자: 공, 군, 님, 선생, 씨, 양, 여사, 부인, 옹, 자매, 형과 같은 호칭·경칭이나 네, 사람, 이 따위
② 단체·소속: 계(界), 단(團), 도(徒), 떼, 류(類), 무리, 부류, 분야, 사(社), 소속, 족(族), 종(種), 층(層), 파(派) 따위
③ 수식 관계나 비율·한도: 분지, 가운데(에), 중(에) 따위
④ 장소: 발(發), 산(産), 제(製), 상/위, 하/아래, 중/간/가운데, 내/속/안, 외/밖, 옆/측/쪽 따위
⑤ 추상적인 장소: 가운데(에), 중에, 속에, 속에서 속으로, 안에, 안에서, 안으로
⑥ 지시어에 접속: 쪽
⑦ 시간·시기: 께, 날, 녘, 동안, 무렵, 중, 쯤, 철 따위
⑧ 수량·순서: 대, 어치, 짜리, 뿐, 째, 만 따위
다섯째 여러 가지 조사로 교체합니다. 자세한 풀이는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여섯째 용언으로 고칩니다. 일본어는 조사 ‘노(の)’가 명사를 연결하지만, 우리말은 용언의 관형사형이 명사를 이어줍니다. 근로의 권리는 일본어 투이고, 근로할 권리는 우리말 투입니다. 좀 더 살펴보면 김동완 주석 3) 님은 조사 ‘노(の)’는 명사와 명사를 연결하는 관형어 역할뿐만 아니라 전후 명사끼리 인과관계나 의미를 밝혀주는 역할을 하므로 서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면서 이것을 서술적 용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조사 ‘의’가 다른 조사가 중첩되면 숨어있는 용언이 고개를 듭니다. 민법 454조 1항의 “제삼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에서 “제삼자가 채무자와 맺은 계약으로 ….”라고 교체하면 숨어 있던 용언이 얼굴을 비춥니다. 용언은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문장과 가장 맞는 것으로 다듬으시면 됩니다. 다만 이 방법은 문장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길어져도 불분명한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사 ‘의’를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조사 ‘의’는 일본어 조사 ‘노(の)’에서 왔지만 되도록 생략해야 합니다. 또한 ‘접미사 적(的), 후치사 상당구, 형식 명사 상(上)’이 변신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용언의 뜻을 담고 있기에 그 뜻을 분명하게 구별해줘야 날카로운 문장이 됩니다.
주석 1) 국립국어원,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 2 (서울: 국립국어원, 2005), 695-696쪽, 2005-1-33,https://www.korean.go.kr/front/reportData/reportDataView.do?mn_id=45&report_seq=1, (2021. 12. 19. 확인).
주석 2) 모리 미호(森美穂), “일본어권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조사 ‘의’의 교수 방안 연구: 준 구어 자료에 나타난 ‘의’와 ‘の’의 용법 비교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창조대학원, 서울, 2015), 14-18쪽, http://www.riss.kr/link?id=T13955323. (2021. 4. 13. 확인).
주석 3) 김동완, 일본어 번역사전, (울산: 울산대학교출판부) 9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