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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니들이 생선회를 알아?

#12 접사를 시작하면서

같은 회라도 일본 사람은 선어회를 좋아하고, 우리나라 사람은 활어회를 좋아합니다. 선어회와 활어회는 같은 생선을 사용하지만 맛은 전혀 다릅니다. 선어회는 천천히 회 조직을 숙성시킵니다. 그러나 활어회는 바로 먹습니다. 그래서 신선도가 뛰어납니다. 비유를 하자면 선어회는 한자어 접사이고, 활어회는 고유어 접사입니다.


 접사에 밑밥을 깔아봅니다. 우리말은 토박이 접사가 있습니다. 접사인 ‘개, 막, 꾼, 치레’를 이용하여 개꿈, 막춤, 농사꾼, 병치레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건, 냉, 남, 노’ 같은 한자 계통 접사도 나름대로 쏠쏠합니다. 이것으로 건가자미, 냉국, 남동생, 노마님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한자 접사를 교환해줄 고유어 접사가 부족합니다. 최형용 주석 1)씨는 일부 접사가 고유어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건구역/헛구역, 공걸음/헛걸음, 대사리/한사리, 생감자/날감자, 장조카/맏조카, 조력자/조력꾼, 시계사/시계장이, 옹기장/옹기장이, 등대수/등대지기’가 맞교환이 가능합니다. 좀 더 발굴해보니 ‘독신/홑몸, 독자/외아들, 반소/맞소, 진면목/참모습, 호적수/맞적수, 공언/헛말’도 있으나 여전히 로또복권 당첨만큼 드뭅니다. 그래서 많은 한자 접사를 일본어와 같이 사용합니다. 윤영민 주석 2) 씨는 한자 접사 중에서 접두사 21개와 접미사 53개는 일본어와 같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마치 선어회와 활어회처럼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일본어의 한자 계통 접사를 답습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띄어쓰기에 혼란이 발생합니다.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어 한자 접사에 몸을 빌리다 보니 우리말까지 혼란해졌습니다. 우리말은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다.”와 같이 띄어쓰기로 말을 구별합니다. 하지만 일본어는 “어머니 이가 좋다.(はははははいい。/母は歯はいい。)”처럼 한자로 구별합니다. 그런데도 일본어 접사를 마구 따라 하니, 이빨 빠진 칼처럼 붙이기도 하고 띄우기도 합니다. 민법을 비롯한 법률 조문을 보면 엉터리 띄어쓰기가 많이 있는 것은 일본법을 털도 안 뽑고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둘째 반쪽 자리 진실입니다. 보기를 들면 접두사를 보면 직접 거래를 의미하는 직거래(直去來)와 우리 회사를 뜻하는 ‘폐사(弊社)’가 있습니다. 낱말을 사용하면서도 직(直)과 폐(獘)를 사전에 등재조차 못하였습니다. 접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다운 맛을 나타내는 인간미나 마침표를 뜻하는 종지부를 사용합니다. 그런데도 미(味)나 부(符) 사전에 눈 씻고 봐도 없습니다. 가져오려면 제대로 가져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건성으로 숙제하듯 가져와서 혼란만 부채질합니다.

     

 셋째 술 취한 사람처럼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자 매(每)와 각(各)과 별(別)과 당(當)은 비슷합니다. “각 부서별 상비약을 비치하다.”는 “부서마다 상비약을 비치하다.”라고 하면 됩니다. 이것은 우리말 ‘마다(たび)’로 해석되는 형식 명사의 대용품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여러 가지로 해석해야 합니다. 보기를 들면 본(本)은 4가지로 고쳐야 합니다. ‘본 영업소, 본인, 본죽, 본계약’은 모두 같은 본(本)을 사용하지만 의미를 구별해야 합니다. 

    

 생선회 맛을 보았으니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말은 고유어 접사가 부족하여 일본어 접사를 마구 가져오나 띄어쓰기와 불완전한 해설과 중언부언과 같은 숙제를 내어 줍니다.

     


주석 1) 최형용, "한자 접사와 고유어 접사의 대등 양상에 대하여," 한중인문학연구(한중인문학회) 제19권, (2006): 354-358쪽, http://www.riss.kr/link?id=A35494841.     


주석 2) 윤영민, "현대 한·일어 접사의 비교 연구" (박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서울, 2011), 79-81쪽, http://www.riss.kr/link?id=T12519747, (2021. 4. 8. 확인).     




글 향기에 취하지 않는다

접두사 고치기

     

 꼬맹이 시절 술 심부름을 자주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점방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하였습니다. 배가 고파 주전자에 입을 대고 먹다 보니, 어느새 막걸리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 물을 타서 가져갑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시다가 왜 막걸리를 먹어도 취하지 않느냐고 하십니다. 이처럼 한자 형태인 접두사, 관형사, 명사로 사용되는 것은 알고 보면 일본어를 따라 합니다. 베끼려면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대충 가져오면 글 향기에 취하지 않습니다. 그럼 하나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각(各)     

 각(各)은 일본어에서는 접두사와 관형사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관형사로만 분류합니다. 보기를 들면 ‘각 항목’과 ‘각 나라’는 띄워 쓰면서도 ‘각항’과 ‘각국’은 두 글자이므로 붙여 씁니다. 그럼 처음부터 일본어에서 접두사 ‘각’도 가져왔어야 합니다. 다음은 말 풀이를 살펴볼까요? 각(各)은 국어사전에서 ‘낱낱의’라고 풀이합니다. 하지만 ‘가지가지, 각가지, 온갖, 여러 가지, 이런저런’ 뿐만 아니라 부사인 ’따로따로, 몫몫이’로도 받아줄 수가 있습니다. 각종 질환은 여러 가지 질환으로 고치고, 각추렴은 따로따로 거둠으로 가다듬습니다.


 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미사 별로 마찬가지로 ‘마다’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장 안에서 ‘각’과 ‘별’과 ‘당’과 마다를 같이 쓰면 중복 표현이 됩니다. “각 세대별 인식 차이”는 “세대마다 인식 차이”라고 모양을 고칩니다. “각 학교당 세 명”은 “학교마다 세 명”으로 모습을 고칩니다.      

참고로 관형사 매도 각(各)과 마찬가지로 ‘마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다.”는 “날마다 일기를 쓰다.”라고 형태를 고칩니다. 아니면 같은 말을 반복해서 생김새를 고칩니다. “매번 바꾸다.”는 “번번이 바꾸다.”라고 형상을 고칩니다.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는 “인생은 순간순간 선택의 연속이다.”라고 모양을 교정합니다. 또한 매(每)도 별이나 마다와 같이 쓰면 이중 표현입니다. “매 분기별 집계”는 “분기마다 집계”나 “매분기 집계”나 “분기별 집계”로 하나만 써야 합니다. 

    

 ② 금(今)     

 일본어에서 금(今)은 접두사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접두사 금(今)을 국어사전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습니다. 금은 ‘이, 올, 지금, 현재’로 갈아줍니다. 금세기는 이번 세기가 되고, 금후는 이다음이 됩니다. 또한 금은 현(現), 차(此)와 같은 뜻입니다. 그러므로 금세기나 현 세기나 같은 말이고, 금후와 차후도 동일한 말이 됩니다.


 ③ 당(當) 

 진통제 ‘그날엔’은 이름을 잘 지었습니다. ‘당일엔’이라고 하면 어색합니다. 당(當)은 본(本)처럼 비슷한 뜻이 있습니다. 당 대회 대신 본 대회로 쓸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접두사 당은 당고모와 같이 사촌이나 오촌을 뜻합니다. 또한 관형사로는 ‘그/이, 바로 그것, 지금’을 뜻하거나 당시의 나이를 나타냅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 저, 우리’와 같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당(當)’을 빼먹었습니다. “당 영업소는 오늘 휴무합니다.”는 “우리 영업소는 오늘 쉽니다.”가 됩니다. 

     

 정리해서 풀이해봅니다. 당은 두 가지로 손질합니다. 첫째 ‘그/이, 바로 그것, 지금, 같은’으로 풀이합니다. 당년은 그해나 같은 해로 교정합니다. 당사자나 당인이나 당자는 그 사람이랑 관계된 사람이랑 관계인으로 교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 40세’는 ‘그때 40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기, 자신, 저, 우리’로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당 도서관은 우리 도서관으로 바로잡습니다. 당 상점은 저희 가게나 우리 가게로 다듬으면 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한 번 해봅니다. 당해(當該)이나 해당(該當)은 본디 ‘관련하다’를 뜻합니다. “해당사항 없음”은 “관련 사항 없음”을 의미합니다. “당해 기관에 신고하세요.”는 “관련기관에 신고하세요.”나 “관계기관에 신고하세요.”라는 뜻이 있습니다. 다른 의미로 당(當)이나 본(本)과 마찬가지로 ‘그, 이, 바로 그것’을 나타냅니다. “해당 분야의 경험”은 “그 분야의 경험”으로 교환합니다. “당해 제품”은 “그 제품”이나 “이 제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④ 본(本)     

 본은 네 가지로 뜻이 있습니다.     

 첫째 관형사로 ‘그/이’와 같은 뜻이 있습니다. 본 대회는 이 대회로 대신합니다. 본법은 이 법으로 대체합니다.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다.”는 “그 사람 의사를 생각하다.”나 “그분 의사를 고려하다.”라고 맞교환을 해줍니다. 둘째 접두사로 ‘기본, 본래, 참’을 나타냅니다. 본의는 ‘본래 마음’으로 변경하고, 본뜻은 참뜻으로 모양을 수정합니다. 참고로 회사 이름인 ‘본죽’은 본에 충실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셋째 접두사로 ‘정식’이나 ‘정규’를 뜻합니다. 본계약은 정식 계약으로 모습을 수정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어사전에서 빼먹은 ‘자기, 자신, 저, 우리’가 있습니다. 이 때는 당(當)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본 영업소라고 하면 우리 영업소로 고칠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 모 대통령이 말한 ‘본인’도 알고 보면 ‘저, 저 자신, 이 사람’이라고 해야 합니다. 

     

 ⑤ 실(實)     

 국어사전에 접두사 실(實)을 사실이나 실제로 풀이합니다. 실거주자는 실제 사는 사람이고, 실사는 실제 조사입니다. 그러나 일본어에는 다른 뜻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접두사 친(親)과 같습니다. 실형(實兄)은 친형이고, 실제(實弟)는 친동생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동시나 즉시라는 뜻이 있습니다. 실시간 처리는 동시 처리나 즉시 처리로 바로잡습니다. 


 ⑥ 제(第)     

 접두사 제는 차례를 나타냅니다. 숫자와 함께 쓰면 생략해도 됩니다. 여기에 기재된 법조문은 생략하였습니다. 다만 ○○조의○ ○항에서는 제를 쓰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므로 이때는 제를 씁니다. 이무영 씨 소설 『제1과 제1장』도 마찬가지로 ‘1과 1장’이라고 쓰면 길이도 짧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접두사 고치기를 붙임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이미 고(高), 무(無), 미(未), 반(反), 불(不), 비(非), 소(小), 재(再), 저(低), 최(最) 따위를 비롯한 많은 접두사가 사용됩니다. 하지만 우리말을 조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여 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만 교과서처럼 풀이하였습니다. 

     

 사견으로는 교과서 같은 풀이보다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공언은 “빈말”보다는 “알맹이 없는 말”로 매만져줍니다. 급경사는 “가파른 경사”보다는 “산양도 못 올라가는 경사”로 보정합니다. 몰상식은 “상식이 전혀 없음”보다는 “상식은 개나 주라”로 손질합니다. 이처럼 글쓴이가 그림을 그리듯 풀어주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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