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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ergrapher Feb 27. 2017

tvN '도깨비' 소회

내 안에 숨어 있는 신성(神性)을 발견하는 것


삶을 개척한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그대


 가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재밌다고 하는 것이 내 취향과 맞지 않을 경우가 있다. 최근에 방영된 tvN의 드라마 <도깨비>가 나에게 그런 듯하다. 결국 6화에서 시청을 중단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 하나 적어본다.


 5화에서 어떤 노인이 사망한다. 주인공 도깨비는 저승사자에게 자신이 대신 사자 면담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는데, 사망한 그 노인은 1968년, 파리에서 양아버지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던 소년이었다. 도깨비는 그때 그 소년의 수호신으로서 그의 집 앞에서 기다라다가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1968년 파리, 소년의 탈선을 막아준 수호신


 50년이 흘러 도깨비와 마주한 노년의 소년은 도깨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지만 오히려 도깨비는 '삶은 개척한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그대'라며 삶에 대한 그의 적극적 의지를 칭찬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기적을 경험하면 어려움이 닥친 순간마다 신에게 다시 한번만 더 도움을 달라며 기도하지. 하지만 그댄 그날 이후 날 찾지 않았어.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나갔던 거야. 훌륭한 그대의 삶은 그대 손으로 만든 것이네."




종교의 참된 의미는 내 안에 숨어 있는 신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


 요즘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의 <인간의 위대한 질문>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의 이전 저서인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배철현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종교의 참된 의미는 내 안에 숨어 있는 신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마침 오늘 중세 이후 다소 왜곡된 방향으로 설파되고 있는 '구원'의 의미를 서술한 챕터를 읽게 되었고, 이것이 도깨비가 드라마에서 말한 '삶의 자발적 실천'과 이어지는 면이 있어 옮겨 적습니다. (참고로 전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사람들은 2000년 전에 예수가 목숨을 담보로 그 죗값을 지불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고 착각한다. 이 '싸구려 은총'(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보네퍼가 말한 'cheap grace'를 인용)은 교리로서, 기관으로서, 겉모양으로서 종교라는 은총이다. 이는 근본적인 삶의 변화 없이 앵무새처럼 죄를 고백하면 용서받는 체계다. 신을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 역시 삶을 절대 변화시키지 못한다. 존 로빈슨(60년대 영국 성공회 주교)은 신이나 천국이 '저 구름 위'에 계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발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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