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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 Oct 31. 2018

한쪽 뺨으로 웃는 아이

[Day 56] 초등학생 때 나, 지금의 나

초등학교 시절 나를 떠올리자면 무표정한 까만 얼굴, 깡마른 팔과 다리(당시엔 표준 발달 미만의 체중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림 없지만), 제 몸만한 책가방과 노을을 등에 지고 놀이터에 쭈그려 앉아 있는 꼬맹이가 그려집니다. 집순이가 된 지금과 달리 그땐 집에 별로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지금 집순이 기질이 발동된 것일지도)


그렇다고 딱히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거나 했던 것도 아니고 응달에 쪼그려 앉아 책을 읽거나 흙바닥에 나뭇가지를 휘저어 그림을 그리거나 했습니다. 혼자 그러고 있노라면 딱히 웃을 일도 없었으니 늘 무표정이었고, 뚱한 표정을 한 못난이에게 미소지어주는 이가 없었으니 또 부러 웃음지을 일도 없었고.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웃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잘 몰라 웃는 표정을 찍힌 사진을 보면 죄다 한쪽뺨만 달려 올라가 삐죽한 빗금으로 웃고 있더군요.


그럼에도, 곧잘 다가와주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응달 아래 구겨져 뒹구는 낙엽 같은 친구를 그냥 두고 못 보는 햇살 같은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죠. 그런 핵인싸 친구들 덕분에 아싸였던 제가 그럭저럭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마다 그랬던 것 같네요. 교실 뒤쪽에 앉아 하루 종일 이어폰만 꽂은 채 도대체 저걸 진짜 제대로 읽기나 하곤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고전이나 보면서 이따금 뭐가 재밌는지 한쪽 뺨으로 웃는, 사교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애를, 그래도 신기하게 여겨주고 말걸어주고 같이 밥먹어주던 친구들.


뭐, 여전히 양쪽 입꼬리가 매력적으로 말려 올라가 웃는 법 따윈 알지 못하고, '회사엔 친구 따윈 없다'고 냉소적으로 말하지만, '걸음걸이만 봐도 루나인 줄 알겠네요'라며 달려와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한쪽 뺨으로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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