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 꽃말 / 진심 / 변덕
장마가 그치지 않던 8월.
오랜만에 마당에 나가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애처로이 피어있는 작은 수국을 보았다.
다른 큰 수국 들은 이미 장맛비에 꽃잎이 떨어져 있었고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는 다양한 이름의 거미들에게 점령당해있었다.
아차 하는 생각도 잠시 작은 벌레들 로부터 그 작은 수국을 구해내고
촉촉이 물을 뿌려주었다.
거실 한편에 놓인 수국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의 일상과 수국의 모습이 교차되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코로나 이후 세상과 떨어져 생활한 지 수개월. 수십날. 수천 시간
지금도 시간은 ‘틱탁 틱탁’ 지나가고 있다.
우리 집 안마당과 앞 뜰에는 이름을 모르는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잡초와 풀을 구분 못한다.
바쁜 일상과 생활에 치여 주변의 여러 것들에 관심을 두기에는
너무도 무심했다.
막상 사회와 떨어져 집에서 많은 시간을 지내다 보니
어느덧 우리 정원은 화려한 꽃동산이 되었다.
보이지 않던 여러 가지 들이 하나 둘 나에게 의미가 되었고,
이제 일상이 되어간다.
마당의 꽃들을 서로 더 예뻐지려 경쟁하듯 높이 솟았고
다른 작은 아이들은 어떻게든 더 빛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였다.
그들 서로에게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하지만 왠지 모르게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생을 마감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아쉬움으로
이제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고
그 아름다운 날들을 남기려
하나씩 기록해 본다.
사라지기 전에
기억할 수 있을 때
바로 지금.
하나씩 하나씩 기록하고자 한다.
.
.
사람도 꽃도 피어나…
by. 히읏
여기서
히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