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온 항
바람이 필요했다
숨을 쉬기 위한 산소 말고,
몸을 차갑게 만드는 에어컨의 냉기가 말고,
마음을 열어줄 넓은 바람.
파란 하늘과 출렁거리는 파도, 바스락거리는 모래사장...
이곳에는 없다
축축하고 비릿한 바람이 불고,
물이 빠져나간 바다의 바닥은 잿빛이다
얼음처럼 그 자리에서 서 있는 고깃배.
민낯을 드러낸 항구는
서서히 늙어가는 나를 보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항구 끝에 있는 등대까지 걸어갔다.
그 사이
구름은 밤하늘을 준비하듯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구름과 바람이 섞어서 만들어 내는 색은 너무 곱다.
뜨거운 태양이 사라진 하늘은
따뜻했고,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바다는
차가웠다.
지난겨울 이후 나는 천천히 고립되고 분리되었으며,
이제는 철저히 사회와 단절되어 살고 있다.
갯벌 밑에서 숨만 깔닥깔닥 쉬고 있는 이름 모를 생명처럼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갈매기의 부리를 피해
뻘 밖으로 작은 구멍 하나를 뚫어 숨만 쉬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여기에 살고 있다.
작은 구멍 안에서도
고운 하늘빛 보고
축축한 바다 습기 느끼고
짭짤한 소금 냄새를 맡을 수 있음에 행복해하며...
당장이라도 바다로 뛰어들듯한 아이들을 들쳐 메고
나의 작은 구멍으로 돌아왔다.
간조의 끝,
바닷물이 들어온다.
여기서
히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