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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바다 Oct 14. 2023

3.새벽바다의 기적

-그리고, 


'새벽바다의 기적'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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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나는 비우포트 섬에 들어왔다. 

 

나는 당시 제주살이 1년차였다. 

나는 서쪽의 어느 섬에서 해녀들을 취재하며 

독립영화를 준비중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섬은 자본의 맛을 본 후로

주민들이 두 패로 갈려 심각한 소송과 고소가 남발되는 절망적인 곳이었다. 

 

나는 모래알처럼 서로 흩어지고 부딪히는 그 사람들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자신이 없었다. 

 

가끔씩 내안에서 올라오는 우울증은 그 섬에 가면 유독 심해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어떤 봉우리를 걷고 있었다.

제주에 360개가 있다는 오름 중의 하나인지..작은 산인지 언덕인지

바다가 광활하게 내려다보이는 그 초록빛 봉우리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다.

 

꿈 속에서 그 초록빛과 바다의 물결에 들떠 

봉우리를 걷다가 그 작은 가게에 갔더니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시원하고 달달하고 고소했던 뭔가를 

홀짝홀짝 먹으며 꿈에서 깨어났다. 

 

 

여기 어디지?’ 

 


본능적으로 내가 발을 디디고있는 

제주도 어딘가임을 확신했다.

 

 

그런데 어디일까. 

 

나는 가장 쉽게 인터넷을 마구 검색해보았다.

 

오름, 산, 봉우리… 언덕..들판.. 

 

 


그리고 찾았다.

그것도 아주 금방.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장소의 사진을 몇 장 더 찾아보고 더욱 확신이 들었다. 

 

바로 이 곳. 

비우포트 섬이었다. 

 

그 다음 날 

나는 인터넷으로 

이 섬에 찾아오는 방법을 알아보고 

직행버스를 타고 그 섬을 향해 출발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바로 배를 탈 수 있었다. 

 

15분…20분의 시간동안 

배가 바다 물살을 가르며 달려가는 소리를 듣는다.

 

갈매기는 배 위에 몰려들고 

사람들은 간혹 과자를 던져준다. 

 

항구에 다다랐다. 

 

배를 탄 사람들은 백명이 넘어 보였고 

다같이 우르르 내렸다. 

 

오전 11시가 되기 전.

 

나는 멀뚱히 내려서 섬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데..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꿈에 보인 그 초록빛 언덕은 

어디 있는지 찾기가 힘들었다. 

 

조용하고 푸릇푸릇한 작은 섬일꺼라 예상했던

나의 기대는 이 섬에 발을 디딘 첫 장면부터 우르르 깨졌다. 

 

빨강,파랑,노랑,핑크… 색색의 두발 달린 오토바이들이 

손님을 맞았다. 

 

젋은 연인들은 저마다 두발, 세발 자전거에 올라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이 섬의 첫 인상은 ‘놀이동산’이었다. 

 



나는 무작정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로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오르막길을 따라 마을 안길로 천천히 접어든다. 

 

이내 초록빛 밭과 낮은 돌담들 탁 트인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천천히 제주도의 흔한 풍경을 보며 섬 구경을 온 게 아니었다. 

사실은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본능에 이끌려 꿈에 이끌려 다다른 곳이었다.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서울에서 나름 공무원이었던 정보가 그때 드러났을까 

 

한참을 걷다걷다 한계가 올때쯤 

평평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  관공서가 보였다. 

 

면사무소’ 였다.

 


나는 무작정 관공서를 가야 한따는 머리의 명령에 따라 그 곳을 찾아갔다. 

 

나를 반겨준 분은 그곳에선 꽤 높은 직급의 공무원이었다. 

 

무슨 용기로 다짜고짜 가서 

이 섬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다고 하는 아가씨에게 

그 분은 꽤나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그 날 나는 – 이 섬에서 7년은 면장으로 근무했던 분의 집에 가게 되었고 

해녀들 중 계장님이라는 분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 남편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을 하고 

마지막에는 부임한지 몇 달 안된 면장님도 만나게 되었다. 

 

 

그 후부터 였다. 

 

나는 이 섬에서 나의 ‘영화’의 꿈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연고도 없는 그 섬에 수시로 찾아갔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땅콩농사를 하는 분의 집에서 밥을 해결하고 

소개해준 주민의 집 위층에서 잠을 청했다. 

 

 

섬 속의 섬. 

이 곳은 나를 닮았다. 

 

세상 속에, 사람들 속에 

나 또한 섬 속의 섬으로 살아왔다. 

 

나는 2018년에 독립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마치 이미 정해져 있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내 손가락을 통해 세상 밖에 배출 된 기분이었다. 

 

나는 꿈에 나왔던 곳이 ‘우도봉(우두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때 번성했던 ‘탐라국’의 기록을 샅샅이 찾았고 

탐라국 여왕과 그 죽음에 관한 신화와 기록까지 파고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한 편의 시나리오로 

나는 2019년까지 이 섬의 극영화를 만들어 갔고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로 진행 중이다. 

 

 

가끔은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을 자청하며 

온정을 베풀었던 분들..

이해관계가 섞인 사건과 불신으로 인해 틀어지게 된 사람들..

나처럼 이 섬에 들어와서 어느샌가 뿌리를 내려보고자 발버둥치는 사람들..

무엇을 하다 왔는지 모르지만 특이하고 유쾌한 사람들.

 

 

이 섬의 사람들은 나에게 

 

대부분 따뜻했고 

일부는 나를 울렸고 

절반은 안쓰러웠고 

그 모두는 나와 닮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 이 섬에서 환대를 받고 멸시를 받고 

인정을 받고 질투를 받으면서 

이 섬에 살게 되었다. 

 

나는 현재 기록을 하고 있다. 

 

이 섬과 

이 섬의 사람들과

이 섬을 닮은 나의 진짜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새벽바다가 나에게 물어왔던 질문이 떠오른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나는 다시 대답한다.  

 

"명예로움

그리고 

영화로움."

 

그래서 


나는 항상 갈망해왔다. 

 

진정한 사랑.

계산 없는 신뢰.

조건 없는 친절.

독보적인 재능. 

타고난 운. 

 



항상 갈망해왔다. 

아무리 들이마셔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 바닷물처럼 

나의 갈망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이 섬에 살며 한 가지 얻은 깨달음이자 결단이라면..

 



타인을 위한 삶’ 만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로 알게 된 이것을 

가슴으로 행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나는 앞으로도 ‘꿈’의 여러가지 청사진을 이곳에서 그려 나가기로 했다.      

 



            


                                      

오늘도 나는 

새벽녘 코랄빛 노을이 파란 바다에 숭덩 빠져들고 

하늘빛과 바다빛이 어우려져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파도의 일렁이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하압- 하고 시원한 바다공기를 들이마신다.

가을의 서늘해 진 바람이 심장에 오른 열까지 식혀준다. 

 


기분이 좋아진다. 

 

 

 

핸드폰에는 사랑하는 연인의 문자가 와있고

식구들의 단톡방은 분주하다.

지나가는 삼춘이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한다. 

 

 


하얗게 자꾸자꾸 밀려오는 파도가 

오늘도 많은 기적이 있었다며 

나에게 일렁임으로 얘기한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다. 



 


나는 바다와 문답을 마치면 

사뿐사뿐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새벽 1시가 지나고 잠에 들기 위해 누우면 

멀직이 바다에서 파도소리가 밀려온다. 

 

   

 

   

 

너희는 새벽에도 잠들지 않는구나..

그래서 기적은 매순간 멈추지 않는구나.’ 


                                                                                                      _새벽 바다의 기적. 끝-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새벽바다의 기적이 파도처럼 밀려가길.   


https://www.instagram.com/nambada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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