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지금, 여기.

by 지오바니
<화양연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은 언제일까? 혹은 미 지나가 버린 건 아닐까?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영국인 동료는 항상 내게 "You are in your primetime!" 이라며 자신은 이제 너무 늙었다고 웃곤 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내가 지금 한창인 걸까?'어느덧 꼰대 취급받을 나이가 된 나는 그 말이 좀처럼 와닿지가 않았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이 정말 내 인생의 가장 좋을 때 라면 이렇게 보내긴 너무 아쉽다는 생각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유아기, 그저 무난했던 학창 시절, 그리고 20대의 절반을 보낸 좌충우돌 유학생활과 한국에서의 지루했던 회사 생활. 그 기간 중 결혼과 출산으로 보낸 10년. 내 인생을 돌아보니 그의 말처럼 지금 가장 황금기라는 말이 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몇십 년은 거뜬히 일할 수 있을 만큼 젊고 아이는 아직은 미운 짓보다 이쁜 짓을 더 많이 할 때다. 부모님도 건강하게 잘 계시니 이때가 내 인생의 전성기가 아니라면 언제란 말인가! 이 사실을 깨닫고 보니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진다.


가끔씩,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시답잖은 질문에 난 항상 고민 없이 '가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기억도 안나는 유년시절이 그리울 리 없고 소심했던 나의 학창 시절이 행복했을 리 없다. 그리고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가난한 유학생으로 보낸 20대까지... 나는 그 세월들을 잘 이겨낸 지금의 내가 가장 좋다.

아니나 다를까 최대 100년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인생 전체의 생애주기 곡선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의 질과 건강, 행복도에서 오늘은 꽤 높은 지점을 지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아이는 우리 품을 떠날 테고 벌이는 시원찮아질 것이다. 아픈 곳 많아질 테고 더 연로해지신 부모님 더 이상 내 곁에 없을지도 모르는 그 시간이 금방이라도 찾아올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하면 지금을 후회 없이 밀도 있게 살아낼 수 있을까?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지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난 무얼 해야 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다 여느 날처럼 꼼군과 저녁 산책을 갔다. 이제는 루틴이 되어버린 산책을 마무리할 즈음 우리는 뭔가에 홀린 듯 동네 치킨집에 들어섰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둘이서 렇게 호프집에 마주 앉 건 결혼 후 처음이다. 둘 다 야식을 즐겨하지 않는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술 한잔만 먹어도 머리가 아픈 나를 배려해 꼼군도 술과는 자연스레 멀어졌었다. 그러던 꼼군이 오늘은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지 항상 눈팅만 하던 동네 치킨집에 가자며 이례적으로 나를 이끈다.

저녁을 먹고 나온 참이지만 호기롭게 치킨 한 마리에 생맥주를 시키곤 북적이는 식당 분위기에 자연스레 묻어본다. 맥주 한 모금에 한결 편안해진 우리는 분위기에 취해 두런두런 야기를 나누고 점점 줄어가는 맥주 대신 비어 가는 잔에 우리의 추억을 담아본다.


술 한잔 기울이며 먹는 맛난 치킨 한 조각 여유로운 웃음 그리고 함께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들로 나는 깨닫기 시작다.


의 화양연화 디 먼 곳에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