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오바니 Jun 17. 2021

백신 전쟁

안심과 두려움 사이 그 어디쯤...

풍경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날씨다.

북한강

 날씨가 좋다는 핑계로 요가까지 땡땡이치고 코로나 백신을 맞은 덕에 이틀간의 휴가를 얻은 꼼군 대낮부터 북한강 나들이에 나섰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빛의 속도로 잔여백신 예약에 성공한 꼼군은 그제 오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후 하루를 꼼짝없이 앓았다.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미열과 극심한 근육통으로 사람을 걱정시키더니 이틀째가 되자 점차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너도나도 코로나 백신을 맞겠다며 잔여백신 예약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신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꺼려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집념에 백신접종자에게 부여되는 각종 인센티브가 그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한다.

 

 여기저기 몸이 부실한 나도 이번 달 말 제주행을 앞두고 그 대열에 동참했다. 하루 종일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언제 어느 병원에서 알람이 뜰 지 몰라 안절부절하다보니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틀을 그렇게 매몰되어 보낸 후 의 포기했을 무렵 기적처럼 예약된 얀센 백신. 요즘엔 BTS 콘서트 티켓보다 구하기 힘든 얀센 백신이라니...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북한강 나들이고 뭐고 헐레벌떡 병원에 도착하니 원은 이미 밀려든 백신 접종자들로 만원이다. 얀센 접종받으러 왔다고 하니 간호사 언니들의 첫 반응은 "축하해요!"였다. 잔여백신 예약에 성공했던 누군가가 시간 내에 올 수 없어 포기한 분량이었단다. 이렇게 축하까지 받을 일인 줄은 모르겠고 그냥 얼떨떨한 마음으로 병원 입구에서 열을 재는데 너무 흥분해서 달려왔나. 체온계가 자꾸 37도를 넘는다. 간호사 언니들은 열 좀 식히라며 찬물을 가져다주고 난 어렵사리 얻은 기회가 날아갈까 걱정이 되어 오히려 얼굴이 더 달아오른다. 한 5분을 밖에서 진정하며 서성였을까. 여전히 37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체온을 무시하고 일단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에어컨 바람앞에 잠시 앉아 있으니 달아오른 얼굴이 좀 진정된다.


 막상 예방접종 사전 질의서와 동의서를 받아 드니 약간 겁이 나기 시작한다. 내 옆에 앉은 한 아주머니는 날 보며 '얀센이 부작용이 더 많다'며 굳이 할 필요 없는 얘기를 하시고 난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애꿎은 동의서만 바라본다. 그 와중에 병원 내에 울려 퍼지는 한 간호사 언니의 음성. "그러니까 제가 언제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다는 말씀이죠? 저는 확인만 해 본다고 했잖아요. 지금 이렇게 전화하시는 동안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보아하니 접종 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전화해서 한 마디로 진상을 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몇 분간이나 이어진 실랑이를 보고 있기 힘들었는지 원장 선생님이 나오셔서 "그냥 끊으세요!" 하신다. 속이 다 시원하다. 내 앞줄에 서 있던 어떤 사람은 알고 보니 접종 대상자가 아니었다. 원장님까지 만나선 접종을 해달라며 막무가내로 우기고 있는 중이다. 백신이 불러온 천태만상이 따로 없다.




 접종 뒤 10시간쯤 지났을까. 새벽 2시. 말로만 듣던 그 후유증이 찾아왔다. 불빛만 닿아도 아플 것 같은 근육통과 몸살 그리고 약간의 미열. 미리 준비한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데 일어나 앉을 기운도 없다. 새벽 4시. 도저히 더는 안 될 것 같아 약을 먹기로 했다. 잠이 안 와 뒤적여 본 백신 관련 뉴스에는 30대 남자가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는 기사가 떴다. 또 밀려오는 두려움. 그냥 독감 백신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렇게 호된 몸살을 가져온 백신은 얘가 처음이다.


 고요한 새벽, 약기운이 퍼지길 기다리며 앉아있자니 코로나 발생 이전이 떠오른다. 그 당시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너무도 많이 벌어졌다. 남들보다 백신을 몇 달 먼저 맞은 것이 축하할 일이 되었고 일명 백신 선진국들은 그 백신을 새로운 무기 삼아 힘을 과시하는 중이다. 겨우 이틀이었지만 백신을 맞고자 혈안이 되었던 날 돌아보니 이게 바로 전쟁이지 싶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엔 몸이 너무 아프지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 뒤바뀐 세상에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위안 삼는다. 그리고 무사히 첫 번째 관문을 넘자 굳게 마음먹는다.











작가의 이전글 시골에 살아서 좋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