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좋은 사람을 구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업무의 능력을 떠나서 우리 팀과 혹은 회사와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인성도 좋고 성격도 좋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입 팀원을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면접을 진행했던 경험을 빌자면 세대차이에서 오는 상식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면접을 진행할 때 꼭 고려해야 될 사항 중 하나였다.
어느 날은 앳된 여성 지원자와 마주 앉았다. 그녀는 우리가 묻는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더니 대뜸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함께 면접을 보던 담당 임원과 나는 그 질문에 할 말을 잃었고 그렇게 흐지부지 면접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 어느 날은 2개월에 한 번 정도 주말에 행사가 있어 회사에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면접자가 일요일 교회 예배 시간과 겹치면 나올 수 없다고 대답하며 우리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나도 오랜 세월 기독교인으로 살았지만 그녀의 믿음에 감탄을 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 그게 면접에서 할 소리냐며 면박을 줘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회사 관리팀장님은 면접자의 부모들에게서 그렇게 전화를 받는단다. 우리 아이가 왜 떨어진 거냐며 따지는 통에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곤 입이 떡 벌어졌다. 면접시간에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부지기수여서 담당 과장이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이 아니라지만 나름 정부일을 하는 탄탄한 기업인데 이런 태도로 면접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이들에게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차라리 안 나타나서 시간 낭비를 안 하게 된 것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이제 휴직 후 그 반대 입장에 서 보니 구직자에게도 구인을 하는 기업에게도 서로가 원하는 것이 딱 일치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새삼 더 느끼게 된다. 내게 있어 지금껏 몇 번 없었던 이직의 경험을 상기해보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엄청나게 오랜 마음의 준비와 노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중 언젠가 이직이 필요할 때 무얼 하고 싶은지 구체화하는 것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이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발전시켜,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확신이 들 때까지 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하곤 했다. 그리곤 천천히 그 업무에 필요한 스킬과 경험을 익히려고 노력했고 어떤 회사들이 그런 일자리를 갖고 있는지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구직을 할 때 한 가지 마음에 새기는 것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회사란 없다는 것'.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을 우선순위에 놓고 그 조건을 만족시키면 그 외의 것은 있으면 감사하지만 없어도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고 이만치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내가 회사의 기업문화에 많이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상벌이 명확해서 맡은 바를 열심히 해내겠다는 독려가 되는 곳. 이 부분이 내겐 연봉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회사도 인연이 닿는 곳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이라면서 웬 인연 타령이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모든 외부환경과 조건들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운명처럼 적합한 회사가 나타나곤 했다. 타이밍이 좋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결혼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너무 큰 비약일지 모르나 결혼도 속을 들여다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사람이 나타난 것일 뿐 각자 인생에서 완벽한 최고의 사랑이랑 결혼했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니 내 하루의 3분의 일을 차지하는 회사를 만나는 일은 인륜지대사와 견주어도 그 비중이 가히 가볍지 않다.
현재 회사와 나의 인연이 어디까지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이렇게 밖에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 우리 회사는 객관적으로 엄청 매력적이지도, 누구나 선호하는 직장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함께 일해서 행복한 사람들이 있고 잘하면 잘한 만큼 인정해주는 곳이니 나에겐 아직까지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 휴직을 하며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