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경제활동을 하는 중이다. 지인을 통해 얻게 된 알바 기회다. 나름 꾸준히 독후감을 써온 취미생활과 영어실력을 녹여낼 수 있는 일거리라 시작 전부터 의욕 충만이다. 업무량과 제출해야 하는 결과물을 파악한 뒤 데드라인까지 확인하고 나니 자연스레 잊고 있던 업무 모드의 자세가 나온다. 아침에 시작한 일은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끝이 날 줄을 모르고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부름에야 겨우 한숨을 돌린다. '이런 기분이구나.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는 건'. 딱히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밥 먹는 것도 잊고 매진하게 된다. 특히 나 혼자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하니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가 없다.
회사에선 밥 먹는 시간, 퇴근 시간 칼 같이 지키며 업무는 업무시간에 하는 거라고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의 결과물에 다음 일거리가 달려 있다는 생각에 시계를 볼 여유 따윈 없다.
작년, 출퇴근에 허덕이며 회사에 다니면서 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삶을 꿈꿨다.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곳에서 내 볼일 다 봐가며 일해도 먹고살 수 있는 삶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물론 세상에 쉬운 일이란 건 없다. 남의 돈을 받는다는 건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함을 뜻한다. 그래도 욕심을 좀 버리는 대신 조금이라도 시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고정된 월급의 안정을 포기하는 대신 아이를 등하교시키고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다면 괜찮은 딜이 아닐까.
예상치 못하게 덥석 맡게 된 일거리에 집중하며 그렇게 상상만 하던 프리랜서의 삶을 경험해 보는 중이다. 허나 생각했던 것과 현실 사이엔 역시나 괴리가 있다. 짧은 데드라인과 많은 업무량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정확한 업무 스케줄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작업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생각 같아선 멋진 카페에 가서 일을 하고 싶지만 이 더위에 밖에 나갈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삼시 세 끼를 집에서 먹어야 하니 밖에서처럼 뭘 먹을까만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안아야 한다. 게다가 집안일은 또 어떤가. 눈에 보이니 모른 척하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프리랜서의 하루는 정말 빠듯하다!
이렇게 내 온 정신을 빼앗기고 있지만 한편으론 내가 과연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맞는 사람인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상상과 현실 간의 거리가 지금보다 더 멀어진다면 다시 출퇴근 러시 속으로 후회 없이 들어갈 수 있을 테니 어느 모로 보아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면 휴직이라는 건 내가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하나씩 해 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 같다. 아직 못 해 본 것이 더 많지만 그간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숨겨진 욕구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천천히 해 볼 요량이다. 조금 더 최적화된 인생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