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 휴직 직후부터 점점 늦어진 취침시간은 이제 새벽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덕분에 한동안 아침 8시가 넘어도 일어나기 힘들었던 몸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7시만 되면 퍼뜩 눈이 떠진다. 결과적으로 출퇴근을 할 때보다 잠이 더 모자란 실정이다. 회사에 다닐 때도 평일에는 아침 기상이 그렇게 힘들다가도 주말만 되면 새벽같이 번뜩 눈이 떠지곤 했다. 늦잠을 더 잘 수 있음에도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여유를 부리는 아침시간의 달콤함이 참 좋았다. 그 때문일까 아직 세상이 전부 깨어나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고 맘껏 여유를 부리는 이 아침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러다 느지막이 몸을 일으켜 거실에 나가면 한풀 꺾인 더위에도 여전히 에어컨 앞에서 잠이 든 아이와 꼼군이 꿈나라 여행 중이다. 얼마 안 남은 방학을 맘껏 누리려는 듯 아이는 학교에 다니느라 미처 채우지 못한 아침잠을 충전 중이고 2년째 재택근무 중인 꼼군은 생애 다시 오지 않을 아침 꿀잠을 맘껏 누리는 중이다.
매일 특별할 것 없는 이와 같은 일상에 그나마 활력이 되는 건 삼시 세 끼다. 온 가족이 끼니때만 되면 옹기종기 모여 무얼 먹을까, 어떤 새로운 요리를 해볼까 머리를 맞댄다. 열대야가 지속된 한 달여 동안은 아침은 무조건 시리얼이었다. 아침부터 푹푹 쪄대는 찜통 더위속에서 불을 쓰며 무언가를 해 먹겠다는 생각은 사치였다. 말복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자 집 나갔던 입맛을 되찾아올 엄두가 난다.
원래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은 꼼군이 먼저 나섰다. 평소에도 떡볶이며 스파게티, 짬뽕 등 아이 간식을 책임지는 우리 집 보조셰프다. 물론 수셰프는 우리 엄마다. 난 요리에는 영 관심이 없다. 그 대신 해주는 음식은 타박하지 않고 무조건 잘 먹는다. 그리고 설거지도 잘한다! 처음엔 온종일 집에 머물게 된 대식구의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꼼군의 요리 실력 뽐내기로 변모해가는 중이다.
재택근무 중에도 칼같이 지키는 그 짧은 점심시간 동안 제법 요리다운 음식을 내놓는 그가 참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매번 새로운 요리가 나올 때마다 맛있다를 연발한다. 그가 계속해서 요리에 흥미를 가지고 맛난 음식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반, 정말 맛있어서 놀라는 마음반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탓에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가족을 위해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음식을 만드는 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내 눈에 와서 콕 박힌다. 요리를 좋아하는 마음과 가족들에게 맛난 음식을 먹이고 싶은 그의 진심이 그 뒷모습에서도 뚝뚝 묻어 나온다.
매번 요리하는 로봇이 나오면 제일 먼저 사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나였다. 단 십여분의 식사를 위해 그 이상의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야 하는 요리가 내게는 비효율그 자체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내게 요리는 로봇이 대체해도 충분한 노동일뿐이었다.
허나 꼼군을 보며 그 시간이 요리사에겐 음식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애정과 정성을 듬뿍 담는 시간임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위해 하는 요리가 얼마나 귀한 일이었는지, 얼마나 큰 애정과 사랑을 표하는 일이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랑한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로봇은 결코 흉내 내지 못할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 그 말을 대신하고 있음을 그의 사랑 한 접시로 완벽히 이해하는 중이다. 더불어 이제껏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준 엄마의 노고와 사랑이 뒤늦게 마음에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