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내리는 눈을 뚫고 드디어 육지에서 지인이 도착했다.
제주의 눈보라가 약해질 때쯤 서울로 옮겨간 굵은 눈발이 비행기를 지연시켰지만 다행히도 무탈하게 제주공항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 일주일간 고립 끝의 만남은 반가움을 최대로 증폭시켰고 비자발적인 묵언수행을 하던 나는 수다가 한번 터지자 걷잡을 수 없었다. 일주일 만에 바깥공기를 쐰다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은데 동행이 생기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방언 터지듯 말이 쏟아져 나왔다.
눈이 녹은 제주공항 오랜만의 만남을 기념하고자 혼자서는 멋쩍어서 가지 못했던 단골 횟집으로 향했다. 모슬포 항구 앞, 제대로 숙성된 비린내 하나 없는 고등어회를 함께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한다.
돌이켜보면 고립되었던 동안 입맛이 없었던 건, 혼자여서 그랬던 거였다. 다시 위염이 도진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밥을 넘기기가 힘들었던 나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혼자일 땐 고요하다 못해 적적했던 집안의 공기가 사람 하나 더 생겼을 뿐인데 사람의 온기로 꽉 차 놀라울 정도로 아늑해졌다.
게다가 워낙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그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집 안을 환하게 밝힌다. 쉼 없이 쏟아내는 위트 섞인 코멘트와 옆에 있는 사람까지 웃음 짓게 만드는 쾌활한 웃음소리에 지난 일주일의 정적은 온데간데없이 흩어져버렸다.
'혼자서 한 달을 보내겠다는 건 섣부른 자만이었구나.'
한 사람의 존재가 모든 환경을 극적으로 바꾸는 걸 경험하고 나서야 결국 내가 외로웠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바라보며 감상하던 제주의 바다와 외로이 오르던 오름도 둘이 되자 감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사진도 찍어주며 그 감동과 재미가 배가 되었고, 혼자 먹던 밥상에 둘이 앉아 서로 마주 보며 맛을 음미하자 별 것 아닌 음식도 훨씬 더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함께 하고 싶은 재미난 일들을 찾아 실행하고 나면 시간도 곱절로 빨리 흘러갔다.
와인을 좋아하는 그녀 덕분에 잘 먹지도 못하는 와인잔을 기울이며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니 아무 걱정 없이 친구들과 재잘대며 수다를 떨던 소녀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 깊어가는 밤이 아쉽다.
고작 한 명이 더해졌을 뿐인데 그 변화의 정도는 수치상으로 측정이 안 될 정도로 내게 다른 세상을 선물한다.
이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1+1은 2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