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발행한 글의 조회수가 한 시간마다 1000번을 경신하더니 결국 30,000회를 돌파했다고 알려준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이제 3달째... 거의 내 지인들로 구성된 구독자와 자주 찾아오셔서 글을 읽고 라이크를 눌러주시는 열명 내외의 소중한 방문객들을 제외하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니 아마도 포털을 통해 잠시나마 노출이 되었나 보다.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다. 영국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외로울 때마다 끼고 듣던 구형 소니 라디오에 관한 글이었다. 하루 동안 1만 명의 방문자를 기록한 그 글엔 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으시던 라디오를 떠올렸다던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사실에 나 또한 위로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 짧은 글 하나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감성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은 내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저 일기를 쓴다고 생각한 글에 누군가 공감했다며 댓글을 다니 너무 반가워 모든 댓글에 일일이 장문의 답변을 달았던 것이 떠오른다.
그렇게 동일한 관심사를 가졌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과 소통을 하며 그들의 삶이 무탈하길 바라는 소박한 마음이 여태 블로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이슨 탠즈 (Jason Tanz)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생판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의 귀중품과 개인적 경험, 나아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맡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터넷이 만들어 준 새로운 친밀감의 시대로 들어선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만난 온라인 건너편 어딘가에 있는 그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어 독후감을 썼고,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내며 느껴지는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 익명에 기댄 채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내 감정을 고백했다.
허나 이 곳에선 좀 다르다. 블로그와 달리 글 자체가 핵심인 이 곳에선 내가 드러나지 않는 글은 제대로 된 글이 아니니 더 이상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알린 것은 또 다른 문제이나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만난 좋아하는 동생이 말했다. "언니, 무엇이든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어야 진짜인 거예요. 가장 힘들고 쑥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 남들 앞에서도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어요."
그래서 매일 이 곳에 흔적을 남기며 나를 조금씩 드러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처럼 운 좋은 날이 언제 또 찾아올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행운과 상관없이 난 묵묵히 오늘을 기록하련다.
이 글을 통해 휴직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추후 알게 될 거라 믿는다. 또한 이렇게 내게 약속한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코 헛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테니 이 글을 쓰는 보상은 그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