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비기닝

우리 꽃길만 걸어요.

by 지오바니

요즘 봄이 절정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가로수에 시선을 자꾸 빼앗겨 운전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다.

'흐드러지게'라는 단어가 난 참 마음에 든다. 천박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화려하게 우아한 자태를 풍긴다.


그렇게 우아하게 만개한 벚꽃을 보니 마음이 살랑살랑 봄바람을 탄다. 집에서만 두문불출하던 우리 부부도 그 봄바람에 올라타 살짝 일탈을 감행했다. 그래 봤자 저녁을 먹고 꽃구경하러 북한강변을 한 바퀴 돌고 오는 거지만 루틴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새롭게 한다.

북한강변 벚꽃 드라이브

항상 함께 출퇴근을 했던 우리는 1시간이 넘는 통근거리 덕분에 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출근할 때는 함께 즐겨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 나오는 소재들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퇴근 시간에는 그 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속속들이 얘기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내가 말하는 쪽이고 꼼군은 말없이 들어주다가 필요한 말만 하는 편인데 난 아무래도 좋았다. 그에겐 아무것도 숨길 것도 포장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기에 속마음 저 끝까지 드러내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

렇게 이야기를 많이 한 덕에 나는 강산이 한번 변할 시간 동안 그와의 사이에 큰 틈을 못 느끼며 살았다. 것이 우리 부부에게 있어 애정을 유지하는 큰 버팀목 같은 거였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의 휴직과 그의 재택근무로 한 시간이 넘도록 도로 위를 오가던 출퇴근 길이 없어지니 그 대화의 시간이 그리워다. 별도로 둘 만의 시간을 만들지 않아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그 소중함을 이렇게 깨닫는다.


집에서 얼굴을 항상 맞대고 있지만 대부분 가족들 전부와 함께하는 시간이기에 둘 만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엔 역부족이다. 그것이 오늘 같은 둘만의 저녁 드라이브가 유난히 반갑고 설레는 이유다.

어둑해지는 하늘 아래 불그스름하게 켜진 조명 빛을 받아 더 환하게 만개한 벚꽃 밑에서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며 그동안 켜켜이 쌓아놓았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제 하루 종일 집에 함께 있으니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인데 매일 조금씩 커 가는 아이를 보며 느끼는 새로운 감동을 공유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둘만 있어도 마음은 아이와 함께인 10년 차 부부가 되었다.


이렇게 또 한 번, 두 번, 강산이 변할 동안 지금처럼 함께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길, 그렇게 봄이 몇십 번 올 동안 매번 웃으며 벚꽃 아래에서 셀카를 찍을 수 있길, 계속해서 오늘처럼 평온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게 된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인생을 축복하듯 하늘에서 벚꽃비가 내린다.


꽃길만 걷자. 우리.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