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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22. 2022

보이스

소매치기와 피싱 범죄

X세대라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복잡한 지하철에서 감쪽같이 지갑을 털리거나, 지갑 수호를 위해 가방을 단단히 단속했던 기억이 다들 있을 거다. 그러나 요즘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지하철의 소매치기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반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통해 현금을 빼가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 피싱으로 대표되는 각종 피싱 범죄는 한순간에 거액을 편취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피해자들의 자책과 비관이 상당하다. 


22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이스 피싱 피해액은 2021년 7천700억 원으로 5년 전인 2017년(2천479억 원) 대비 약 68%가 증가한 수치다. 미디어를 통해 보이스피싱 예방에 대한 홍보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범죄가 폭증하는 이유는 피싱 범죄조직의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범죄 방법도 교묘하고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피싱 범죄 초기에는 노인과 주부들이 피해를 많이 당했지만 현재는 학생, 직장인 등 전 연령에 걸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보이스 피싱범들은 기존 대출 고객들의 정보를 빼내서 은행 등을 사칭해 대환대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미끼 문자를 보내거나 국가기관을 사칭해 범죄 연루 협박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 대출 신청서 작성 등을 핑계로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다. 악성 앱을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휴대전화를 원격 조종하고, 기존 대출금 상환 혹은 위약금 명목으로 현금을 탈취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보이스 피싱 관련 재판을 들여다보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이나 전업주부, 취업준비생 등에게 고수입 알바라고 속이고 접근하여 범죄에 가담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인출책 또는 전달책으로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초범이나 단순 가담이라고 하더라도 보이스 피싱의 처벌 수위는 낮지 않으므로 구속수사와 실형을 받게 되고, 장기간의 징역이나 고액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이스 피싱에 가담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A 씨(47세, 여)는 고액 알바인 줄 알고 현금을 수거하는 인출책으로 가담하여 B 씨와 C 씨에게 각각 1800만 원과 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데 범죄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서 가로챈 피해액을 돌려주고 처벌불원 합의를 진행 중이다. A 씨처럼 범죄임을 모르고 가담한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사례가 여럿 있지만, 혐의에 대한 소명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이스 피싱의 첫 피해 사례가 신고된 2006년 이후, 피싱 범죄는 점차 진화하여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고액 알바에 현혹되어 자기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되어 형사처벌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쉽게 고수입을 보장하는 일자리는 없다는 것만 기억하면 법정에서 눈물 쏟으며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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