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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23. 2022

동감 同感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2000년 5월 영화 <동감> 시사회를 갔었다. 맑고 청순한 22살의 김하늘과 엉뚱하고 신비로운 24살의 유지태의 풋풋한 매력이 돋보였던 <동감>은 개봉 전부터 영화가 잘 빠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대를 모았었다. 

X세대와 쎄시봉 감성이 공존했던 2000년의 동감은 다소 과장스러운 연기와 오글거리는 대사가 살짝 거슬리긴 했지만 이를 극복하는 배우들의 신선한 매력, 첫사랑의 아날로그 감성과 가슴을 파고드는 OST로 멜로 영화의 미덕을 충족시켰다. 1998년작 <바이 준>으로 함께 데뷔한 인연이 있었던 김하늘과 유지태는 2년 만에 다시 만난 <동감>에서 조금 더 성숙한 연기와 무르익은 미모를 과시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멜로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1979년을 살고 있는 영문과 여학생과 2000년을 살고 있는 광고 창작학과 남학생이 HAM 무선통신을 통해 교신을 하게 되면서 엇갈리는 운명을 극복하고 만나게 될까 기대를 하고 보게 된 이 영화는 2000년 당시 약 1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흥행 TOP10에 올랐던 히트작이다. 

그해 가을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남녀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시월애>는 전지현, 이정재라는 톱스타를 내세웠고, 아름다운 영상미는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 성적은 <동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후에도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여러 편 등장했지만 <동감>만큼 사랑받은 작품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영화 <동감>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되어 개봉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여진구, 조이현이 주연을 맡은 2022년 <동감>은 흥행과 비평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원작을 뛰어넘지 못하더라도 지금 시대에 걸맞은 감성을 그려내기만 했어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것 같은데  2022년  <동감>은  너무 오랜만에 재생된 카세트 테이프처럼  늘어진 속도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듯하다. 


<동감>에서 찰랑이는 생머리와 하얗게 염색한 머리로 청춘의 이미지를 완성했던 김하늘과 유지태는 어느새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중년이 되었지만 아름답게 나이 들며 우리와 함께 하니 고맙고 든든하다.  여전히 멋진 X세대 배우들이 활약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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