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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21. 2022

CUP

X세대에게 월드컵이란?


카타르 월드컵 약 한 달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11월의 월드컵이라니 색다르고 설레는 기분이어야 하는데 뭔가 맥이 빠진 기분이다. 월드컵은 자고로 뜨거운 여름에 해야 제맛이거늘… 


2002 월드컵 거리응원 한번 안 나가본 X세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축구가 11명이 하는 스포츠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조차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짝짜악짝~짝짝~!” 손도 터져라 손뼉 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 전이라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2002 월드컵이지만 16강 진출도 해본 적이 없으니 남의 잔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첫 경기 폴란드전을 2:0으로 이기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시 직장생활 중이었는데 6월 10일 오후 3시 30분 낮 경기로 치러진 두 번째 미국전은 회사에서 단체관람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 뭐 근무시간에 일 안 하는 건 언제나 환영이니 개꿀이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응원을 했는데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막판에 안정환의 헤딩골로 1:1 동점으로 경기를 마치며 사무실은 열광 그 자체였다. 단체관람은 단체회식으로 이어졌고 이때부터 6월 말까지 세상은 온통 축구 이야기뿐이었다. 

2002년 6월 18일 잠실 야구장 이탈리아전 응원 당시 사용했던 응원막대를 왜 아직도 가지고 있는지...

포르투갈전 승리로 16강에 진출하자 회사에서는 역시 단체관람 분위기를 이어갔는데 18일 저녁 8시 30분 이탈리아전은 광화문 거리응원을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아… 그것만은 제발… 당시 회사가 대치동에 있었기 때문에 광화문보다 잠실 야구장으로 가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려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응원할 수 있는 잠실행이 결정되었다. 그 회사를 다니는 동안 동료들과 그렇게 분위기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2002년 6월은 일했던 기억보다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축구 보고 회식했던 기억만 가득하다. 축알못에게도 2002년 월드컵이 펼쳐졌던 6월은 축제, 그 자체였다.


2002 월드컵이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은 다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즐거웠던 2002년을 추억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돌아왔을 때, 나는 싱가포르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2010년 6월 17일 아르헨티나전 싱가포르 이스트코스트 한인 응원행사

그런데 싱가포르 한인사회에서 월드컵 단체응원을 준비했고, 나 역시 그 단체응원에 일원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아니 싱가포르에서 “대~한민국~!”을 또 외치게 될 줄이야… 6월 12일 저녁 첫 경기 그리스전을 보기 위해 이스트코스트를 찾았는데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사람이 여기 다 왔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경기 결과도 2:0으로 승리를 거둬 분위기도 최고였다. 문제는 6월 17일 아르헨티나전이었는데 1:4로 대패하면서 응원 열기는 한풀 꺾이고 말았지만, 나이지리아와 비기면서 원정 최초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6월 26일 우루과이전 응원을 가게 되었다. 

2010년 6월 26일 우루과이 수아레스가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다시 봐도 꼴보기 싫은...

경기 시작 후 얼마 안가 수아레스의 골로 1:0으로 끌려가다가 후반 22분 이청용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한국분들의 함성으로 이스트코스트가 가득 찼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후반 35분 우루과이 수아레스의 환상적인 감아차기가 다시 골이 되면서 응원석은 찬물을 맞은 듯 조용해졌고 경기는 그렇게 끝나고 우리나라는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경기는 비록 패했지만,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그렇게 많은 한국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다른 월드컵 대회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은 거의 없지만 2002년과 2010년 월드컵을 응원했던 기억은 꽤나 특별한 추억이라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2010년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팔팔했던 23살의 수아레스가 35살의 베테랑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 11월 24일 밤 우루과이전에서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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