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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r 09. 2023

학교에서 소환되는 아동학대

PD 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에서 직면한 현실

혼자 살면서 내가 피부로 느끼는 단점은 자녀를 키우고 사는 결혼한 가정에서 직면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1인 가구의 삶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지만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부딪히는 문제와 그에 따른 고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생각하는 범위가 협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솔직히 남의 속사정이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7일 방송된 MBC <PD 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 전반부 - PD수첩 2023년3월7일 방송 - YouTube

교권이 무너진 상황을 대충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현실을 보니 상상초월 수준이었다. 학생이 교실에서 수업을 방해하거나 난동을 부려도 교사가 제지하면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할 소지가 있어 교사는 방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고, 이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의 일탈행위는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교육당국에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애꿎은 선량한 교사들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다수의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와 학교의 상황을 가정의 잣대와 동일하게 ‘아동학대’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과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다수의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일부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학생이나 교사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교사가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선도해야 학교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아동학대’ 처벌의 덫에 걸리면 교사에게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학교의 존재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와 갈등이 발생하면 학교와 해결할 의지는 없고 무조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때까지 교육청에 민원을 넣거나, 심한 경우 거액의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교사의 생존권을 위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극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일탈 학생과 그런 자녀를 두둔하는 학부모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교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공허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니 방송을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군림했던 시대도 정상이 아니었지만, 학부모들이 교권을 무시하고 학교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지금의 모습도 위태로워 보인다. 소중한 아동, 청소년들이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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