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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r 14. 2023

요즘 제일 싸고 싱싱한 셀러리

마요네즈에 찍어먹기만 하기엔 아까운 채소

1980년대 즈음 셀러리에 마요네즈를 얹어 먹는 광고를 보고 저 채소는 무슨 맛일까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우리에게 낯선 채소였던 셀러리를 처음 먹었을 때 상상했던 맛과 많이 달라서 실망하기도 했다. 고소한 건 마요네즈였던 것이지, 셀러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마요네즈 광고에 등장했던 장면처럼 셀러리를 마요네즈에 찍어먹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삭아삭한 식감과 쌉쌀하고 강한 향이 묘한 매력이 있어 마트에 갈 때 찾아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비싼 가격에 발길을 돌리곤 했었다.


셀러리는 그 특유의 향과 식감 때문에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다. 좋아하는 채소지만 그동안 비싸서 많이 사 먹지 못했는데 최근 최애 채소가게에서 연일 셀러리를 단돈 천 원에 팔고 있어 자주 사 먹는 중이다. 사실 샐러드에 즐겨 이용하는 채소는 파프리카였는데 요즘 가격이 너무 올라서 보기 힘든 채소가 되었고, 있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올라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 “국산”이라는 당당한 표시의 착한 가격의 셀러리가 있어 파프리카 대체픽이 된 것이다.


처음 셀러리를 먹었을 때는 잎은 버리는 건 줄 알고 줄기만 먹었다. 그도 그랬던 것이 예전에 셀러리를 구입했을 때는 잎이 대부분 시들시들해서 먹을 생각을 못했었다. 그러다가 요즘 구입한 “국산” 셀러리의 싱싱하고 무성한 잎이 아까운 것 같아 먹어봤는데 응? 연하고 맛있네! 쌈채소처럼 먹을 수도 있고, 샐러드에 넣어서 먹기도 좋은 것이다. 문제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아무리 셀러리를 좋아해도 며칠 만에 먹어치우기엔 양이 너무 많다.


잘 무르지 않는 채소긴 해도 며칠 지나면 시들시들해지는데 이걸 어떻게 해치우나 고민하다가 그래, 피클을 만들면 되겠다! 비트, 당근 같은 단단한 뿌리채소를 많이 사게 되면 피클을 만들곤 했는데 셀러리도 비교적 단단하니 피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료를 썰어 유리병에 넣고 설탕+식초+물을 1:1:1 비율로 끓여 부어주면 되는 간단한 방법인데 당장 싹둑싹둑 썰어 뚝딱 만들어서 하루 지나고 먹어보니 뿌리채소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생으로 먹는 셀러리는 조금 질겨서 오래 씹어야 하는 반면 피클로 만든 셀러리는 조금 물러져서 먹기 편하다.

샐러드 소스는 플레인 요거트와 홀그레인 머스터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 입맛에는요...

달달한 파프리카는 구경도 못할 만큼 귀하신 몸이 되었다는데 대형마트에 갈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격 확인을 해보고 화들짝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분간 싸고 싱싱한 셀러리를 실컷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양배추, 사과, 당근 정도만 있으면 샐러드는 후딱 만들 수 있고, 여기에 달걀, 닭가슴살, 견과류, 올리브 등등의 재료를 달리하면 간편한 아침으로 손색이 없다. 제대로 다이어트를 하려면 샐러드를 저녁에 먹어야 하는데… 그게 영 쉽지 않다.  


P.S. 셀러리는 섬유질과 수분이 풍부해서 소화를 돕고 변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칼륨이 풍부해서 혈압을 내려주고, 부틸프탈레이트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와 염증을 줄이는데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고,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면 주의해야 한다... 셀러리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검색해보심이... 단지 맛잘알 입장에서 쓴 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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