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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r 16. 2023

무스카리가 다시 기지개를 켰어요!

포도송이를 닮은 사랑스러운 꽃을 피우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지난봄 3천 원씩 주고 샀던 히아신스와 무스카리 꽃이 열흘 정도 보고 시들시들하길래 꽃과 잎을 모두 싹둑 잘라서 구근만 다용도실에 던져두고 잊고 있었다. 어디서 보니 구근을 보관하면 다음 해 봄 꽃을 피운다고 한 것이다.  소독을 하고, 냉장 보관을 권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번거로워서 밑져야 본전의 심정으로 그냥 구근이 있는 화분을 방치해 뒀는데 올해 1월 중순 이상기온으로 갑자기 따뜻해졌을 때  히아신스 새싹이 움트길래 ‘와아 ~ 이게 되는구나.’ 싶어서 물을 주면서 지켜봤다. 

3월 7일 새싹이 움트는 무스카리와 시들해진 히아신스 

혹시나 무스카리 화분 2개를 봤더니 이 친구들은 잎이 나올 생각이 없어서 또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3월 들어 다시 살펴보니 화분 하나에서 잎이 나온 것이다! 하나는 잎이 쏘옥 고개를 내밀었는데 다른 하나는 계속 겨울잠을 자는 듯했다. 두 달 동안 계속 그 상태이던 히아신스는 움트던 잎이 누렇게 변한 반면 뒤늦게 움텄던 무스카리는 열흘 만에 잎이 무섭게 자라서 분갈이까지 해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무스카리를 보니 어찌나 신기한지 과장한다면 봄의 기적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날 구입했던 무스카리 2개의 화분이지만...

푸르른 잎이 정신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니 포도송이를 닮은 파란 꽃도 얼른 보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언제쯤 꽃구경을 시켜줄지 조바심이 날 지경이다. 1월 중순에 움텄던 히아신스가 너무 오랜 기간을 봄이 오길 기다리다 지쳤는지 그대로 다시 잠든 것 같아 속상하다. 작은 잎 하나만 아슬 아슬하게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마저 피어보지도 못하고 누렇게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키우는 군자난이나 사랑초에 눈길도 주지 않던 내가 부모님 두 분을 여의는 과정에서 하나 둘 화분을 들이고 키우게 되어 지금은 방 한 구석에 꽤 많은 화분이 푸르름을 선물하고 있다. 더 이상 화분을 들이기엔 공간 대비 포화 상태 같아 잠시 새 화분을 들이는 것은 멈추고 있지만 단골 화원에 몇 개의 화분을 부탁해 놓은 게 있어 생명을 다한 화분은 치우고 새 친구를 맞이할 계획이다. 


처음 독립을 했을 때 들뜬 마음에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서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율마’를 사놓고 한 달 만에 푸르던 잎이 누렇게 변해서 생명을 다하게 된 경험을 한 후 오랫동안 화분을 들여놓지 않았었다. 그때는 방안에 화분 하나 둔다는 마음이어서 ‘율마’가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이란 걸 몰랐다. 화원에서 알려준 대로 물 주기를 지켰는데 왜 하루가 다르게 빛을 잃어가고 죽어가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고, 식물 똥손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화분 키우는 건 포기했었다. 


지금은 식집사 유튜브 채널이 넘치는 시대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프로 식집사들의 지침대로 해주면 식물들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잘 키울 수 있는 편한 세상이다. 식물의 원산지나 특징과 내가 사는 집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예쁘다고 무지성으로 들이는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들여놓은 화분들은 대부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생명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고작 화분 몇 개를 키우는 일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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