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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r 18. 2023

새로운 꽃나무를 알아보는 법

나무도 아는 만큼 보여요

‘아만보’를 아시는지… ‘아는 만큼 보인다’의 줄임말이란다. ‘O알못’과 유사한 쓰임새지만 조롱의 의미가 조금 더 들어간 느낌으로 쓰는 단어라나 뭐라나…  ‘물냉’, ‘비냉’ 시절부터 사람들이 줄임말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도 줄여서 쓸 줄은 몰랐다. 1990년대 중반 국내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할 수 있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펴내면서 유홍준 교수가 한 말인 ‘아는 만큼 보인다’도 사실은 원문이 있다. ‘인간은 아는 것만큼 느낄 뿐이고, 느끼는 것만큼 보인다.’


이것은 만사에 해당하는 문장으로 내가 슬프고 힘든 시기에 산에 다니면서 괴로움을 잊고 숨통을 트는 시간을 가졌을 때 수많은 나무를 보면서도 대부분의 나무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름은 다 들어본 나무인데 직접 보는 나무와 괴리되어 이름만 알고 있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그래서 작은 나무 도감을 사서 매일 보는 나무들의 이름을 찾아주었다!(찾아주었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그때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름을 알고, 특성과 간단한 설명을 함께 익히고 그들을 바라보니 정말 이전에 보던 나무와 전혀 다른 나무가 되었다. 생소한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 알고 싶었고, 작은 나무 한 그루도 허투루 보게 되지 않았다.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였는데 이런 나무를 모르고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개성 있는 나무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눈부시게 하얀 꽃이 핀 산딸나무가 예뻐서 촬영했어요
노란 꽃이 지면 꽈리 주머니 속에 열매가 맺는 모감주나무를 촬영했어요
깃털 같은 꽃잎이 아름다운 자귀나무_출처. 국립수목원(제가 찍은 사진은 꽃잎이 잘 안 보여서 부득이하게...)

하얀 꽃이 피고 진 자리에 딸기처럼 붉은 열매가 맺는 산딸 나무,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이 지면 꽈리 같은 주머니 속에 까만 염주알 같은 열매가 맺는 모감주나무, 분홍색 깃털 같은 꽃이 향기롭기까지 한 자귀나무,… 아파트 단지마다 봄의 전령인 벚나무 말고도 천지에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었는데 눈높이에 시선이 머물러서 미처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동네 어귀에 서있는 200살이 넘는 느티나무를 보면 조선시대, 구한말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도 여기 이렇게 꿋꿋이 서있었을 거라 생각하면 더욱 늠름해 보이기도 했다. 산에 가면 만나는 흔한 참나무들도 상수리, 신갈, 떡갈, 졸참, 갈참, 굴참 등 종류가 다양한데 잎모양이 그게 그거 같아서 설명이 있어도 도무지 구분하기가 아리송했다. 실제로 나무의사 실기시험에 참나무 6형제 잎을 구분하는 문제가 단골 기출문제라고 하니 과연 구분이 어렵구나 싶었다. 

이사오기 전 동네에서 촬영한 200년 된 느티나무

봄이 되니 앙상했던 나무들이 허물을 벗고 새싹들을 틔우는 모습을 보니 꽃구경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 늘 보던 그 꽃들도 귀하고 아름답지만, 올해는 시선을 조금 높여서 더 다양하고 개성 있는 꽃들을 바라보는 봄을 맞이하셨으면 좋겠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높게… 거기에 새로운 봄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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