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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pr 01. 2023

‘브런치’도 경력이 되나요?

오랜만의 면접에서 ‘브런치’를 꺼내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게 5년 전인 것 같다. 나이 들어 면접을 보는 건 참 쑥스러운 일이다. 대체로 그 오랜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을 했는지 구구절절 나열하게 되고, 얼마나 숙련된 사람인지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류를 내고 면접 안내를 받고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조별 면접이었다. 와우, 조별 면접은 정말 오랜만이다. 조별 면접이라는 것이 은근히 긴장돼서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나면 후회가 남을 때가 많았는데 적지 않은 나이에 이걸 할 생각을 하니 새삼스러웠다.


브런치를 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여성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번에 면접을 치른 곳도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성별 안배하여 선발하며,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할 경우, 후순위자를 선발한다고 공지하고 있는 걸 보고 면접 분위기를 대략 짐작할 만했다. 


면접 장소에 도착하니 지원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비상근직이라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다른 지원자들은 매우 비장하고 진지해 보여 당황스러웠다. 지원자들도, 심사위원들도 다소 긴장하고 경직되어 있었는데 별생각 없이 참석한 나는 부담이 없어서 재미있게 면접을 마쳤다. 


지원 신청서를 작성할 때 주요 경력은 너무 오래전이고, 해외에서의 직장이라 과감하게 생략했고, 최근 경력이 내세울만한 게 없어서 ‘브런치’ 활동이라도 써넣었는데 뜻밖에 심사위원들이 ‘브런치’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이와 관련한 질문을 했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중단해서 소재가 부족하고, 마음에 흡족한 글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글 쓰는 습관을 들이려고 시작한 브런치인데 이거라도 안 썼으면 질문도 없을 뻔했다.


다른 지원자들은 경력도 훌륭하고, 지원한 일에 대해 준비된 대답을 한데 반해 나는 별생각 없이 와서 임기응변성 대답만 하고 말았는데 그나마 ‘브런치’ 활동으로 인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관심을 보이니 그동안 써왔던 글들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좀 더 좋은 글을 써야겠구나 싶었다. 


경쟁률이 생각보다 높은 관계로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오랜만에 ‘면접’의 경험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또 있다면 좀 더 준비를 잘해서 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헐거워진 일상에 긴장감을 갖는 순간이라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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