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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pr 10. 2023

1인 가구, 식비 얼마나 쓰시나요?

디저트의 유혹에서 살아남기

연초에 가계부를 시작했다가 봄이 시작될 무렵 실패하기를 반복해 왔다. 그동안 가계부 쓰기를 실패했던 이유는 1. 수입지출이 워낙 단순하고 씀씀이가 크지 않아서 쓰다 보면 에이, 관두자 하고 덮어버리거나 2. 수입에 비해 지출은 바로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일쑤 거나 3. 가계부를 쓰긴 쓰는데 그냥 쓰는 것에 그치고 결산을 하지 못해서였다. 결산을 하지 않는 가계부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


2022년 연초부터 노트를 하나 정해두고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데 비장한 각오로 쓰기 시작했지만 여름부터 흐지부지해져서 이번에도 또 망했음을 자각할 무렵, 가계부 어플을 한번 써볼까 싶어 9월부터 가계부 어플을 쓰면서 드디어 지속적인 돈관리를 하게 되었다. 7개월 동안의 가계부를 되짚어보니 막연히 내 돈씀씀이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 실제 지출은 꽤 차이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장 큰 비용이 나가는 주거비와 공과금 외 두 번째로 많이 쓰는 항목은 식비인데 외식을 하지 않고 장을 봐서 요리를 하는 것에 비해 꽤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던 어머니 영향이 있기도 했고, 혼자 먹어봐야 얼마나 먹나 싶어서 식비를 줄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문제는 양질의 식재료 구입비가 아니라 단골 디저트 카페에 지출한 간식비 때문에 식비가 치솟았다는 데 있었다.


9월 식비로 451,370원이나 사용한 걸 보고 놀란 마음에 10월에 조금 신경 써서 375,730원으로 줄여보았다. 11월에는 456,590원으로 다시 올랐고 12월은 389,310원으로 내려놓았다. 홀수달에 많이 쓴 후 경각심이 생겨 짝수달에는 적게 쓰고, 그다음 홀수달에는 또 고삐가 풀려 많이 쓰는 홀짝 패턴이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확실히 줄여보자 결심한 후 1월 442,430원, 2월에는 345,900원, 3월 304,340원까지 줄이니 이번 달에는 30만 원 미만을 목표로 삼았다.


주식, 부식, 외식이 아니라 간식만 줄이면 되는 거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가장 쉽고 간단한 힐링 방법이었던 디저트 카페에 발길을 딱 끊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방문 빈도를 줄이면 되는 거니까. 그동안 “힐링”이라는 핑계로 사실상 백해무익 디저트에 대해 무장해제되었던 마음과 돈을 단단히 틀어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구입했던 돈으로 그릭 요거트를 구입하거나 디저트 카페에 지출했던 돈으로 가급적 양질의 채소와 과일을 구입하려고 방향을 바꾸는 중이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니까 조금씩 건강한 식생활로 옮겨가다 보면 언젠가는 달달한 디저트를 찾지 않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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