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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pr 25. 2023

다시 뜨거운 심장으로 돌려놓기 위해…

야구팬들의 월요병을 치유해 주는 <최강야구>

6개월 동안 144경기를 치르는 KBO 리그에서 매주 월요일은 휴식일이다. 매일매일 경기 결과에 따라 짜릿했다가 흥분했다가 화냈다가 실망했다가 반복하면서도 경기가 없는 월요일은 또 심심하고 무료해서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런 야구팬에게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 찾아왔으니 지난해 6월 은퇴선수들을 모아 제작한 JTBC <최강야구>이다. 월요일 밤 10시 30분에 시작해서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끝나는 프로그램이지만 야구팬이라면 꼭 챙겨볼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은퇴 선수들의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로 분량을 채우는 게 아니라 9회까지 꽉 채운 야구경기를 치른다. “최강야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7할의 승률을 채우지 못하면 폐지라는 약속을 걸고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선수들과 제작진 모두 “야구”에 진심일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승률 7할 2푼 4리를 기록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한 <최강야구>는 두 달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4월 10일 시즌 2로 다시 돌아왔다.


4월 17일 방송에서는 선수 부족으로 경기마다 고충을 겪었던 <최강야구>는 시즌2를 맞이하여 선수 보강을 위해 트라이아웃(선수 선발을 위한 입단 테스트)을 진행했는데 프로그램의 인기와 화제성이 컸던 만큼 무려 207명의 지원자들이 참여하였다. 대학, 아마추어 야구 선수뿐 아니라 프로선수 출신까지 참여한 트라이아웃을 선수들의 간절함에 가슴 짠한 응원을 보내면서 지켜봤다. 


구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던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멤버였던 한기주가 120km를 겨우 던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2016년 신인왕까지 수상했던 신재영, SK의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던 정영일, 윤길현까지 한 때 각광받던 프로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 역시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4월 24일 KT 2군과 맞붙은 개막전에서 준비 많이 했냐는 질문에 서용빈 KT 2군 감독 대행은 “은퇴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데 무슨 준비를 하냐”라고 일축했지만 경기는 서용빈 감독 대행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개막전 선발에서 제외된 이대호를 대신하여 4번 타자로 나선 정성훈이 3회 말 1 아웃 만루 홈런을 때려낸 장면은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천재 타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괴짜 같은 행동을 많이 해서 ‘정성병자’라는 별명을 가진 정성훈이 최강야구 시즌 1에서 보여준 모습은 경기를 뛰기에는 어딘가 아프고 부실해 보이는 44살의 쇠약한 아재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겨울 내내 천재 타자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했을지는 잠깐 보여주는 영상으로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2군 선수들이지만 팔팔한 현역인 KT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몬스터즈는 6:2로 승리를 거뒀다. 준비할 필요조차 없다고 여겼던 은퇴한 선수들은 상대팀이 생각했던 것보다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훨씬 더 절박하게 준비했고, 그 결실이 고척돔 외야를 가르는 만루홈런을 만든 것이다. 다시 뜨거운 심장으로 돌려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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