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Jun 09. 2023

여름 사찰, 내소사 來蘇寺

속세의 시름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곳

내소사는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능가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이다. 633년(백제 무왕 34년) 백제의 승려 혜구두타(惠丘頭陀)가 창건하여 소래사(蘇來寺)라고 칭하였다. 소래사란 ‘다시 태어나 찾아온다’란 뜻으로 조선 성종 때까지도 이 이름을 사용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당연합군 합동작전 때 당나라의 소정방이 와서 시주했다고 하여 내소사(來蘇寺)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근거는 없다고. 내소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고려동종, 영산회괘불탱화 등 고려와 조선 시대의 문화재가 있는데, 대표적 건축물은 1633년(조선 인조 11년) 청민이 지은 대웅보전(大雄寶殿)으로 그 아름다움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내소사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주문(一柱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 중 첫 번째 문)을 지나 천왕문(天王門.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안치된 전각)에 이르는 600미터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다. 많은 관광객을 감탄케 하는 이 전나무 숲길은 내소사 자체보다 더 유명해졌는데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속세의 번민을 모두 놓아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천왕문에서 대웅보전을 이르는 길,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나무 한 그루가 단풍나무, 매화나무, 벚나무의 호위를 받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는데 수령이 950년이나 된 느티나무가 그것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 대한민국까지 지난한 역사를 지켜보았을 것을 생각하니 그 유구한 푸르름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제 드디어 내소사의 하이라이트인 대웅보전에 오른다. 대웅보전의 꽃창살은 목각예술의 극치라고 칭할 만큼 내소사의 대표적 예술품이다. 문마다 다른 해바라기꽃, 연꽃, 국화꽃 등의 문양은 목수의 섬세함과 공적을 느낄 수 있는데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 조상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진 꽃창살은 나뭇결과 나무빛깔까지 온전히 살려낸 예술적인 작품이다. 숱한 세월 속에 원래 채색은 사라져 버렸지만 예술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나뭇결의 질감이 따뜻하다. 대웅보전 현판은  추사 김정희와 더불어 조선후기 전설적인 서예가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독특하면서도 힘찬 필체가 보는 이의 기운까지 돋우는 느낌이다.  


사찰의 사계는 계절마다 각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겠지만, 여름에 내소사를 방문한다면 생동하는 기운과 고고한 푸르름을 가슴 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인간성과 문명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