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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n 11. 2023

햇빛, 물, 시간이 키워줄 깻잎

언제 키워서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주방에 떨어뜨리지 않고 항상 채워놓는 채소들이 있다. 당근, 양파, 파프리카, 깻잎, 상추, 토마토… 이런 채소들을 기본적으로 늘 갖춰두면 어떤 요리를 하든 요긴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뿌리채소와 달리 깻잎과 상추는 씻는 게 귀찮긴 하지만 무슨 음식을 하든 쌈을 싸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언제나 깨끗이 씻어 물기를 탈탈 털어낸 뒤 보관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곤 한다.


깻잎과 상추를 얼마나 많이 먹느냐면 꼭 고기를 굽지 않더라도 김치찌개를 하거나, 채소볶음을 해도 매 끼니 거의 거르지 않고 먹는 편이고, 특히 상추는 샐러드에 빠지지 않고 넣다 보니 한 봉지를 사도 2~3일이면 다 먹어치운다. 언젠가부터 치킨이나 돈가스 같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때에는 최후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샐러드를 비슷한 양으로 먹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손이 마를 날 없이 늘 깻잎과 상추를 씻는 게 일상이 되었다. 깻잎과 상추는 금방 무르기 때문에 사 오자마자 깨끗하게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게 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식습관이 굳어지니 깻잎과 상추가 없으면 불안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깻잎이나 상추를 집에서 키워봐야지 생각도 해봤지만 어쩌다 보면 파종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채소가게에서 천 원이면 한 봉지 가득 살 수 있으니 굳이…라는 생각에 포기하고는 했다. 


그런데 어제 동네에 새로 생긴 꽃집에 꽃을 사러 갔더니 깻잎, 상추, 루꼴라 모종을 파는 것을 보았다. 가격은 3개에 천 원… 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 깻잎 2개와 루꼴라 1개를 덥석 집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져오고 보니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게 생각났다. 그냥 일반 화분처럼 키우면 되겠지 싶었지만 얼마 못 가 죽이는 거 아닌가 불안했다. 집에서 키우는 로즈메리는 생선이나 고기요리할 때 뚝뚝 뜯어서 얹어보기도 했지만 깻잎과 루꼴라는 너무 여려 보여서 먹을 수 있을 만큼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언제 키워서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막막한데 시간만큼 빠른 건 없기에 괜한 걱정 같기도 하다. 이 모종들을 성공적으로 키우면 본격적으로 깻잎과 상추 농사를 지어볼까 싶은데 잘 키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갈이를 하면서 흙냄새를 맡을 때만큼 마음이 편하고 치유되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싶다. 나의 작은 잎채소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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